겉으로만 봐선 모른다

by 김대일

열흘에 한 번 꼴로 점방을 찾아 모히칸 스타일로 바싹 치켜 깎는 손님은 깍짓동만 한 사내다. 꽤 오래 전부터 깎새 점방을 드나든 단골이지만 머리 깎는 볼일 아니면 말수가 영 없다. 깎새는 그게 더 무섭다. 공연히 씩둑거려 심기라도 잘 못 건드렸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아서. 하여 지상가상없이 나불대는 깎새라도 그 손님 앞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한다.

그제 오후, 한국 가수 몇몇이 유럽에서 버스킹하는 프로그램이 TV로 방영되고 있었다. 소향이라는 가수가 한창 열창하는 장면을 깍짓동이 유심히 쳐다보는 걸 포착한 깎새. 그놈의 객쩍은 오지랖이 발동하고 말았다.

- 소향만큼 노래 잘 부르는 가수를 본 적이 없어요.

- 말이라고요.

- 소향 잘 알아요?

-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현대 기독교 음악) 부를 때부터 좋아했지요.

- 소향 팬클럽 회원이세요?

- 그건 아니고, CCM을 좋아해서리.

- 혹시 크리스천?

- 예.

이런 반전이! 가수 소향이 매개가 되어 말문이 터지니 비밀의 문이 열린 듯 대화가 술술 통했다.

- 나도 CCM 곧잘 들었는데.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CCM도 병행하던 가수가 부르는 팝을 좋아했지. 에런 네빌이라는 가수한테 한때 푹 빠졌었던 게 그 증거고.

- 이참에 CCM 다시 들으시면서 성경 읊어 보시는 건 어떠신지?

- 지금 전도하는 거? 쉽지 않을 걸요. 무신론자라. 음악 즐기는 걸로 만족할랍니다.

모히칸이라는 인디언 부족이 고집했다는(신빙성은 별로 없지만), 머리 좌우를 바싹 깎거나 삭발을 하고 가운데 부분만 닭벼슬처럼 남기는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현대 기독교 음악서껀 그걸 부르는 유명 아티스트들을 섭렵하려 드는 깎새와 손님의 모습은 꽤나 기괴했다. 그런데 그 기괴함에 경이로움까지 더하는 대화가 다음에 이어졌다.

- 소싯적에 헤비메탈을 좀 했더랬지요.

- (휘둥그레진 깎새가) 뭐 맡았는데요?

- 보컬이요.

- (숫제 눈알이 튀어나올 뻔한 깎새가 짓궂게) 그리 안 보이는데?

- 그때는 호리호리했죠.

- 근데 왜?

- 집안 내력입니다. 울 엄마가 한 덩치 해서리.

퇴근해 저녁을 먹으면서 마누라한테 깍짓동 얘기를 꺼냈더니 마누라 왈,

- 겉으로만 봐선 모르는 거야.

맞다. 사람은 겉으로만 봐서는 정말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TrqncNVA0FY


https://www.youtube.com/watch?v=BD56hx64Bxc&list=PLhlzOM7d6kvhUhllMTsd9m2a7jvDKyjr3&index=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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