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개돼지'를 찾으면,
1. 개와 돼지를 아울러 이르는 말.
2. 미련하고 못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 있다. '개돼지'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본래 의미 대로 개와 돼지를 아울러 지칭했을 테지만 시간이 흘러 멸칭으로 변했다. 문제는 그 멸칭의 대상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2015년 영화 <내부자들>에서 언론인 이강희(백윤식 분)가 대기업 회장에게 "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거 뭐 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시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었다.
영화를 영화로만 받아들이면 좋았을 텐데, 2016년 교육부 고위 관료가 교육부 출입기자와 가진 술자리에서,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영화 <내부자들> 멘트처럼)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죽은 아이) 그게 어떻게 내 자식 일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 "상하 간의 격차는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 아니냐."라는 망언을 쏟아내 공분을 산 적이 있었다. 영화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개와 돼지는 억울했고 개돼지로 취급받은 민중은 더 억울했다. 고위 관료, 그것도 교육부 관료가 천인공노할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호기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2024년 12월 탄핵 정국에서 반란수괴 전두환 사위였던 한 국회의원이 씨부렁댄 "1년만 지나면 다 찍는다" 발언에 대해 역사학자 전우용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평화적 정권 교체를 못 해요 계엄을 선포하면. 이 계엄 기간 동안에 저지르는 범죄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죄의 무게에 짓눌려서 자기 권력이 생명줄이 돼요. 이거는 해제할 수 있는 계엄이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을 안 했더라도 1인 독재체제를 만드는 거밖에는, 평생 집권 체제를 만드는 거밖에는 빠져 나갈 길이 없는 그런 일을 벌인 거에요. 근데 거기에 찬동하는 거죠 국민의힘이. 왜 그랬느냐, 이 사람들 왕당파에요. 이 왕조 체제는, 군주제는 뭐랑 결합하냐면 귀족제랑 결합한다고 그랬어요. 귀족제의 현대적인 용어가 엘리트주의에요. 이 사람들은 그래요. 왕을 모시고 살지언정 개돼지랑 같은 등급이 돼서 살 수는 없다. 윤상현 씨 발언이 딱 그거에요. 1년만 지나면 다 찍는다. 걔들은 개돼지다 민중은. 우리는 특별한 엘리트고. 그런 사람들을 반민주세력이었었는데 권위주의 세력이라고 이름을 한 번 완화해줬다가 보수세력이라고 또 한 번 완화해줘요."
답은 정해졌고 때는 무르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