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떼먹은 고주망태

by 김대일

요금을 못 받고 떼인 적이 여태까지 딱 한 번 있었다. 발음은 질질 새고 운신이 불편해 보이는 중늙은이를 돌려 보낼까 말까 하다가 주말 매상이 신통찮아 아쉬운 마음에 이발의자에 앉힌 게 화근이었다. 스포츠형으로 깎아 달라고 말한 뒤 제 집 소파인 양 푹 파묻히더니 한잠 푹 잘 기세였다. 꾸벅거리는 고개를 제자리로 갖다 놓는 짓을 무시로 하며 깎는 데 애를 썼지만 진동하는 문뱃내만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 바닥 불문율 중 하나가 '취객을 들여서는 안 된다'이다. 취기로 제 몸 하나 제대로 간수 못하는 자를 상대로 서슬 날카로운 가위, 면도칼을 들이대는 건 오만 그 자체다. 매상 올릴 욕심에 괜한 짓 했다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 조심조심해서 깎아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별일 없이 작업을 끝냈고 그새 잠이 든 손님을 깨웠다. 비몽사몽하던 작자가 호주머니에서 쥐좆만 한 지갑을 꺼내더니 얼마냐고 물었다. 혹시 카드로 계산하려나 싶어서 요금이 싸서 카드 단말기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더니 게슴츠레한 눈으로 "현금밖에 안 돼요?" 되묻는다.

알콜기에 완전히 포박되어 이발의자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엉덩이만 들썩들썩거리는 중늙은이한테 요금 결제 대안으로 계좌이체를 안내한들 쇠귀에 경읽기였다. 설령 계좌이체가 뭐하는 물건인지 안다고 해도 자기 몸조차 못 가누는데 정신머리가 온전할 리 없다.

- 돈을 찾아서 드려야겠네 그럼.

- 요 옆에 농협 있던데 갔다 오세요.

- 같이 가입시더.

- 점방은 누가 봅니꺼?

의자에서 겨우 일어섰지만 휘청거리는 두 다리로는 은행 가다가 안 쓰러지면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뚫린 입이라고 "사장양반, 이 사람 믿으세요!"랬다.

믿으라던 사람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무료로 이발 봉사 했다 치고 그깟 5천 원 없는 셈 치면 된다. 하지만 고주망태로 혼미하게 세상을 사는 인생은 볼썽사납다. 아무리 자기 인생이라지만 너무 소모적이고 구저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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