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일화를 소개하겠다.
대기석에는 손님 세 명이 앉아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발의자에 앉은 손님은 매달 커트와 염색을 같이 하는 단골이다. 커트를 막 마치고 커트보를 거두려는데,
"손님은 밀리고 주인양반은 정신이 없어 보이니 내가 다 미안하네. 염색은 다음에 할께요."
3년 전 개업한 이래 입때껏 먹은 짬밥이 몇 그릇이고 깎아 제낀 머리통만 수천수만인데 자기 혼자 넘겨짚고서는 공연히 위하는 척한다.
손님은 밀려 있지 깎새 혼자서 동분서주하는 꼴이 안쓰러워 그러는 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손님은 자기가 커트점에 온 고유한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하고 깎새는 깎새대로 제 일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7천 원하는 염색(고급염색이면 1만5천 원)이 매상에 끼치는 영향은 그날 영업을 마치고 장부 정리할 적마다 은근히 만만치가 않아서 속으로 분통을 터뜨리는 깎새다.
배려라는 건 수혜자가 누구인지부터 우선 파악하고 어두운 터널 어딘가에서 한 줄기 빛이 광명히 솟아오르듯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을지까지 수를 세고 나서 베풀어야 그 맛이 나는 법이다. 위한답시고 마음부터 무작정 쓰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그러다 오히려 뒤에서 잘근잘근 씹힐 수 있다.
이것은 과연 합당한 배려인가 아니면 오지라퍼의 과유불급인가. 당신의 판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