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

by 김대일

본격적으로 추워지니 손님 발길 뚝 끊긴다. 추워 죽겠는데 머리털 깎는 게 뭔 대수랴. 되레 모자 대용 보온재 되고 좋지 뭐. 그런 식으로 올 겨울 다 가도록 미루지 말란 법 없으니 깎새로서는 복장 터져 죽을 노릇이다.

다른 데보다 지대가 높은 동네인데다 햇살 한 점 안 들어오는 북향 점방에서 겨울을 나기란 여간 괴로운 게 아니라서 으스스 냉기가 온몸을 휘감을 무렵부터 벽걸이 난방기는 일찌감치 제 역할에 충실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여름 에어컨 돌릴 때보다 전기를 더 먹어 전기료 납부일인 매달 5일만 되면 꼭 삥 뜯기듯 기분이 더럽지만 손이 곱아 바리캉 못 돌리는 것보다야 낫다.

건물 마당에 설치한 탓에 추위가 좀 맵다 싶으면 외부 수도가 얼어 아무짝에도 쓸모 없던 세탁기를 점방 안으로 들여놓아 한 시름 놨다. 작년 겨울만 해도 부산인데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밥 먹듯 잦아서 다 쓴 타월을 일일이 손빨래하느라 손목이 끊어지는 줄 알았다. 용을 쓴다고 썼지만 코가 개코인지 타월에서 쉰내가 난다는 손님 지청구가 내내 마음에 걸려 아로마로즈향 풍기는 섬유유연제를 대량 구입해 세탁기에다 양껏 넣고 있다.

사계절 중 겨울이 깎새로서는 버거운 계절이다. 특히 혹한기라면 그 세기는 더하다. 다른 계절보다 20% 이상 매상은 주는데 예상하지 못한 데서 느닷없이 탈이 나기 일쑤다. 그러니 가악중에 손보고 고치느라 돈은 자꾸 샌다. 유비무환이 최고의 절약책이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세탁기가, 수도관이, 난방기가 사람처럼 아프다고 징징거리면 모를까.

겨울이 되면 퇴근하기 전 꼭 하는 일이 있다. 세면장 수도꼭지를 살짝 열어 물을 찔끔찔끔 틀어놓을 것. 세면장 물이 안 나오면 그 물이 나올 때까지 개점휴업일 수밖에 없으니까. 물이 매상과 직결되는 점방이 목욕탕만은 아니다. 겨울만 되면 노심초사할 게 많아지는 깎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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