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만 해도 산타클로스가 등장하는 콜라 광고가 브라운관을 점령해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왔음을 알렸지만 올해는 하도 어수선하니 반짝 특수랄 것도 없이 그냥 지나가려나 보다. 허나 이대로 그냥 보내려니 아쉬워서 크리스마스하면 단골 메뉴인 캐럴 이야기를 주워섬기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볼까 한다.
단골 중에 콜라 원액을 받아 완제품으로 재가공, 유통, 판매하는 회사 직원이 있는데 그 양반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12월 콜라 매출이 여름철보다 더 높단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리는 광고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작년만 해도 산타클로스가 어김없이 등장하고 '함께라는 마법' 따위 카피 문구가 진부한 줄 뻔히 알면서도 사람들을 부추겼다. 그럼에도 시즌이 시즌인지라 캐럴까지 배경음악으로 쫘악 깔리면 다들 산타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다.
크리스마스 캐럴 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게 바로 <징글벨>이다. Jingle이 '즐거운 딸랑 소리’를 의미한다고는 하나 성탄 캐럴이란 성스러움과는 한참 벗어난 딴 뜻이 있다는 게 재밌다. 이를테면 술잔에 담긴 얼음이 술잔과 부딪치는 소리를 Jingle로도 표현한다고 하니 <징글벨>은 서양 권주가라 할 만하다. <징글벨>이 처음부터 캐럴의 대명사로 굳어진 건 아니란다. 작곡자인 제임스 로드 피어폰트가 이 노래를 1857년 가을 추수감사절 기간에 처음 선보인 이래 교회에서 부르기에는 너무도 세속적으로 흥겨워서 보스턴 길거리에서나 불리다가 지역 여러 합창단이 몇십 년 동안 부르다 보니 자연스레 크리스마와 연결됐다는 후문이다. 뜻밖에 충격적인 건 2절 가사다. 숫제 남녀상열지사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말이 끄는 썰매는 한 쌍의 젊은 남녀가 함께 자리할 기회를 주면서 인적 없는 숲으로 그들을 데리고 간다. 이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노래 2절의 가사를 들어보자.
“썰매를 탔는데 / 패니 브라이트 양이 내 옆에 앉았네 / 말은 홀쭉하게 말라 / 썰매는 위태로워도 / 불행이 내 복인가 / 말은 둑에 처박히고 / 우리는 흠뻑 취했네”
무엇에 취했을까? 즐거운 계절이 거룩해야만 할 필요가 있을까? 약간의 혼란도 아름답게 보이는 철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교수 칼럼에서)
고려가요 <쌍화점>과 견줄 만하다면 발상이 엉뚱할까?
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만/회회아비 내 손목을 쥐었어요/이 소문은 가게 밖에 나며 들며 하면/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그 잔 데 같이 아늑한 곳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날이야말로 인류사에서 가장 축복할 기념일 중 하나일 테지만 경사스럽다고 굳이 경직될 까닭이 없다. ‘약간의 혼란’이라는 단서를 달고서 한바탕 질펀하게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고되고 불안한 올해 연말을 겨우겨우 나는 당신이라면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