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노래

by 김대일

요즘 젊은 세대에게 '나그네'란 낱말은 좀 생소하다. 오히려 '여행 유투버'나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더 익숙하면 익숙했지. 허나 말이라는 게 잘 안 쓴다고 속절없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국어 교과서에서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가 추방되지 않는 한.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나그네는 '나가다'의 '나가'에 사람을 뜻하는 '네'가 붙은 말이다. 나간 사람, 국어사전에서 뜻을 찾자면 '자기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잠시 머물거나 떠도는 사람'으로,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콘텐츠를 생산해 내 유명세를 타는 여행 유튜버,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도 집 놔두고 사서 고생하는 걸로는 고만고만하니 나그네의 최신 버전쯤 되겠다. 단, 여행을 빙자해 낭만을 구가한다는 점에서는 오십보백보일지 모르겠지만 나그네와 그 결이 갈리는 결정적인 지점, 즉 나그네하면 떠오르는 동가식서가숙하는 풍찬노숙이랄지 실연의 아픔을 잊으려는 도피성 방랑 따위 구저분한 청승 말고 여행에 꽂힌 덕후가 생산적인 뭔가를 획득하려고 대장정에 오른다는 점에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생산적이어서 실리적이다. 여행담을 동영상으로 올리면 그것에 열광하는 사람들 덕에 펑펑 써도 될 돈을 순식간에 벌어들이는 스타 유투버가 많다는 게 그 증거다.

'나그네'하면 퍼뜩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서유석이 가사를 지은 <구름 나그네>. <오동잎>을 부른 최헌이 트로트고고 풍으로 불러 인기를 얻었지만 서유석도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로 민요적이면서 해학적으로 같은 곡을 다르게 해석해 귀에 더 착착 감긴다. 내친 김에 인터넷을 찾아 송창식이 부르는 <비의 나그네>를 들었다. 이건 뭐 숫제 청승 물벼락을 온몸으로 받아안는 격이라. 여세를 몰아 백년설의 <나그네 설움>에 이르면 노스탤지어의 끝판왕이 따로 없을 지경이고. 참으로 희한한 일은 위에 나열한 노래들을 다 듣고 났더니 그간 꼬깃꼬깃했던 감정이 쫙 펴지는 듯 개운해졌다. 이런 걸 두고 카타르시스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은혜도 이런 은혜가 없다.

예전 나그네는 정처도 없고 목적도 없이 떠났다. 어쩌면 긴한 목적을 숨기고 떠났을 수도 있다. 정주했다간 차마 감당하기 벅찬 설움이랄지 아픔을 떨쳐내려는 절실하지만 허튼 몸부림, 나그네가 꼭 떠나야 했던 목적이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나그네 노래는 하나같이 다 서럽다. 그럼에도 혼자든 여럿이든 제발 여행을 떠나라며 '올 겨울 혼자 어때, 둘이 어때, 셋이 어때' 호객이나 일삼는 경박한 CM송과는 비교도 안 될 격조가 있음은 분명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dVIRqAytNkI


https://www.youtube.com/watch?v=Pd6G-xGL3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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