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acadabra

by 김대일

작년을 돌아보면 월세 및 공과금을 빼고 월 평균 170만 원가량을 마누라 통장에 넣어줬다. 건설적이게도 개업 이래 입금 금액이 우상향 기울기를 그리고 있지만 월 250만 원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깎새는 왜 매달 250만 원에 집착해 안간힘을 쓰는 걸까.

깎새 부부는 맞벌이다. 깎새 마누라는 공동주택이나 빌딩 용역을 관리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10년을 훌쩍 넘긴 경력으로 그 바닥에서는 제법 베테랑 대접을 받는다. 용역관리 회사가 우후죽순 난립하다 보니 좋은 대우로 스카우트된 적이 있어 두어 번 회사를 옮겼다. 좋은 대우 운운하지만 드라마에서나 보던 간지나는 인재 발탁 장면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기껏해야 월급 10~20만 원 더 받는 게 다니까. 보수 박하고 근무 여건까지 열악한 분야라 한 푼이라도 더 받거나 덜 팍팍한 곳으로 갈아타야 처신 똑바로 하는 사람이란 소릴 듣는다니 오죽할까.

남편이란 작자가 가정 경제를 파탄낸 십수 년 전 본격적으로 생업 전선에 뛰어든 마누라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으면서 가장 노릇을 여지껏 해오고 있다. 두 딸 밥 안 굶기고 구김살없이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악바리같이 회사에 매여 살았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도 모자라 주말까지 반납해 잔무 처리한 대가가 최저시급을 겨우 면할 정도였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애들 밑 닦는 건 고사하고 집안 살림 버티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다 신우신염, 대상포진, 폐질환 따위 병을 달고 시난고난하는 처지가 돼 버렸다. 무능한 남편은 그 지경에 이르게 된 마누라를 집에 눌러 앉히고 싶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어 늘 죄인처럼 쩔쩔맬 뿐이다.

강한 척해도 마누라 역시 연약한 여자인지라 몸도 마음도 끝 간 데 없이 허물어지곤 한다. 그럴 때면 남편을 막무가내로 몰아세운다. 당장이라도 집에 들앉아 살림만 할 테니 당신이 가족을 책임지라면서. 돌아오는 대답이 궁색할 줄 뻔히 알면서도 흥분에 들떠 짓떠들고 나면 본인 속이야 좀 풀릴지 모르겠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무능함만 새삼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마는 남편 속은 썩어 문드러질 판이다.

점방을 열면서 깎새가 세운 단 하나뿐인 목표는 마누라 통장에 매달 250만 원을 따박따박 입금시키는 것이었다. 그 금액 혹은 그 이상을 다달이 입금시킬 수만 있다면 그간 짓눌렸던 마음의 짐을 덜어내며 체면치레는 할 수 있을 성싶어서. 또 두 딸이 제 앞가림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머지않은 장래에 마누라가 생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인생을 즐길 여건을 마련하는 데 월 250만 원이면 큰 돈은 아니겠으나 그럭저럭 요긴하겠다는 계산도 나름 섰기 때문이리라. 하여 월 250만 원은 깎새가 아직은 쓸 만한 가장임을 드러내려는 각고의 노력인 동시에 그 직분에서 벗어나고 싶어 안달을 내는 야누스적 발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면 된다.

장사가 뜻대로 될 것 같았으면 진작에 떼부자가 되고도 남았으리라. 2022년 3월 개업 이래 기복없이 순항했지만 2025년은 또 어떻게 전개가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새해 바람으로 마누라 통장에다 250만 원 숫자를 한번이라도 찍었으면 바랄 게 없겠다. 찍기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찍고 나면 다시 찍는 건 일도 아니니까.

Abracadabra!(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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