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비망록
공광규
돈이 사랑을 이기는 거리에서
나의 순정은
여전히 걷어차이며 울었다
생활은 계속 나를 속였다
사랑 위해
담을 넘어본 적도 없는 나는
떳떳한 밥 위해 한 번도
서류철을 집어던지지 못했다
생계에 떠밀려
여전히 무딘 낚시대 메고
도심의 황금강에서
요리도 안 되는 회환만
월척처럼 낚았다
자본의 침대에 누워
자존심의 팬티 반쯤 내리고
엉거주춤 몸 팔았다
항상 부족한 화대로
시골에 용돈 가끔 부치고
술값 두어 번 내고
새로 생긴 여자와 극장 가고
혼기 넘긴 친구들이 관습과 의무에 밀려
조건으로 팔고 사는 결혼식에
열심히 축의금을 냈다
빵이냐 신념이냐 물어오는 친구와
소주 비우며 외로워했다
나를 떠난 여자 생각하다가
겨울나무로 서서 울기도 했다
지나고 나니 이런,
시시한 비망록이라니.
(클라이맥스엔 허무가 뒤따르기 마련이라. 인생이란 싸움터에서 불거졌던 어떠한 국면도 그러니 시시할밖에. 싸우듯 살면서 터득한 게 하나 있다면, '지나고 나니'라고 후회해본들 자기만 손해라는 것.
시를 읽고 난 뒤 구태여 딴 나라 말을 끌어와서까지 하고 싶은 말은, 'Carpe diem'. 오로지 현재를 잡고 즐기는 것만이 시시한 허허로움에 지배당하지 않을 유일한 방책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