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189)

by 김대일

이발소 있는 풍경

양우정



산자락이 등을 댄 사람들을 품어주는

하늘과 맞닿은 동네

달이 꿈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골목으로

무럭무럭 늙는 이발소가 있다

면도칼의 팽팽한 칼 선 사이로 숨어든

봄 햇살이 깜박 조는 이발소엔

언제나 고집스럽게 다이알 비누 냄새가 난다

베어지지 않으면 날아오를 수 없는

단서조차 없는 세상의 경계를 지우느라

뾰족뾰족해진 날개들

어두운 저녁으로 날아들 때쯤

또 하나의 달이 되는 삼색 네온

알전구처럼 빛나다 사라진

좀체 읽히지 않는 먼 기억의 숲

한 올 한 올 감별해내는 이발사 손끝에

밤보다 더 깊이 뿌리내린

오래된 골목 푸른 발목 위로

접혀있던 푸념들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른다

담장 아래 실금의 거울 안

버려진 화분 위로 밑동이 실한 푸른 잎이

밀랍의 골목을 탁본하고

새벽어둠이 걷힌 골목이 다 들어간 거울 속

어떤 봄 밭보다 따뜻하다

골목은 숲의 습성을 닮아가는 중이다



(나이 먹을수록 명절 때 더 침잠한다. 그러면 갈피를 잡지 못하던 생각이 정리가 되면서 지향점만을 향해 질주하려는 전의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로 삼는다.

시는 너무 이상적이어서 되레 망상적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깎새는 이발소 있는 풍경 속 붙박이 정물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읽고 또 읽는다. 깎새한테 이발소란 그런 의미로 점점 합일되어 간다. 하여 명절이 그리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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