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휴일 나기

by 김대일

장사 탄력이 꽤 붙어 원하던 매상 수준을 꾸준하게 달성할 즈음, 그게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으니 이후 이어질 내용도 썩 미쁘지는 않겠으나 아무튼, 매주 쉬는 날을 하루에서 이틀로 늘릴 심산은 늘 품고 있다. 하루짜리 휴일은 쉬는 게 아니다. 쉬는 날이 더 바빠서다. 우선 밀린 일부터 처리해야 한다. 평일이어야 용무가 가능한 병원, 은행, 관공서 외 잡다한 집안일까지 처리하면 반나절이 훌쩍 날아간다. 남은 나머지 시간으로 지난 한 주일 노고로 지친 스스로를 위해 뭔가를 도모하자니 낮술 한 잔 때리고 이른 잠자리에 들기 아니면 뾰족한 수가 별로 없음이 지금껏 경험한 바로 드러났다.

아침 겸 점심인지, 점심 겸 저녁인지 헷갈리는 쉬는 날 혼밥은 의외로 단출하다. 맛나 보이는 바깥음식 한두 가지를 포장해 와 그날 기분에 따라 주종酒種을 선택해 놓고 성찬인 양 혼자 즐기는 것 외에 '슬기로운 휴일 나기'는 언감생심. 한두 시간 가량 멍하니 먹고 마시다가 술기운이 돌 때쯤 석양은 기울고 이왕에 비실대던 몸뚱아리를 무덤인 양 이부자리 속으로 욱여넣고 나면 휴일 끝. 아무 것도 안 하고 싶고,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어하는 철저한 이완은 스스로 부인한다 해도 무기력이란 정신적 파산이나 다름없다.

그럼 매주 쉬는 날을 이틀로 늘리면 나아질까.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 달라지기는 할 게다. 이틀을 연달아 술독에 빠져 잠만 잘 순 없을 테니. 그럼 대안으로 다른 무언가를 시도할지 모른다. 무언가가 무엇인지 궁리해 본 적은 없지만 먹고 마시다 엎어져 디비자는 일차원적 욕구보다는 생산적이고 보람찰 테니 이틀 쉬는 명분은 그럴듯하게 쌓일 게다.

설날 당일과 다음날까지 이틀을 쉬고 다시 출근했다. 단지 이틀 쉬었을 뿐인데도 모처럼 생기 돋아 발랄한 출근길이 나쁘지 않은 깎새. 돈 버는 장사치로 나선 대가로 내어준 건 활력이다. 생동감을 잃어버린 일상은 물린다. 그렇다고 먹고 살자니 불가피하다고 체념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생을 이런 식으로 심심하게 허비하는 건 스스로한테 저지르는 중범죄나 마찬가지다. 하여 휴일을 이틀로 늘리는 건 식상한 일상을 탈출하려는, 어쩌면 승부수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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