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190)

by 김대일

식구食口의 재구성

허영숙



한솥밥 먹으면

그게 식구지


발밑의 흙이 달라도

마음의 탯줄로 얽히면


그게 식구지


오래된 무쇠솥도 고봉밥 같은 저 꽃잎 환하게 짓느라

마음의 밑불 뜨겁게 지폈겠다



(처가에 얼굴 안 내비친 지 몇 해짼가 기억조차 안 나는 일곱째 사위를 자기네 식구 명단에서 제명시켰다며 마누라는 야속해했다. 미안하기 짝이 없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깎새.

새벽 5시30분에 나가 저녁 7시에 돌아오는 쳇바퀴 같은 일상 덕분에 푼돈이나마 돈냄새 겨우 맡을 수 있다는 항변,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모친이 아들 쉬는 화요일만을 꼽아 기다려서 쉬는 날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급해져 다른 건 그게 중차대하건 말건 전혀 감흥이 없다는 변명, 이런 눈치 저런 형편 때문에 산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단해서 모든 굴레 벗어 던지고 훌훌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는 치기조차 결코 드러내지 않고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깎새.

그러다 쉬는 날 막걸리 네 통에 정신이 나가 버린 깎새가 딸아이들 보는 앞에서 엉엉 울어 버렸단다. 버거운데 버겁다고 말도 못하는 자신이 너무 버겁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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