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캉을 들었다 놨다 안절부절못하는 깎새를 보고 꾸물거리는 줄 알았던 손님,
"얼마 안 잡순 양반이 벌써부터 관절염인가? 오늘 중으로 깎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
비아냥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뒤통수 한 방 세게 날리고 싶지만,
"머리카락이 박혀 따끔거려요.'
완곡하게 대꾸했지만,
"뭔 대수라고."
하찮게 여기니,
"직업병은 다 있는 법입니다. 온종일 머리카락에 파묻혀 사니 그 머리카락이 손이며 발이며 안 박히는 데가 없어요. 손톱 밑에 머리카락 박혀 본 적 있습니까? 죽습니다!"
이 앓는 놈 뺨을 치는 놀부 심보를 연상시키는 손님 말본새에 결국 퉁바리를 날렸다.
머리카락이 박히면 무지하게 아리다. 안 겪어 보면 모르는 고통. 눈에 보일락 말락 하는 머리카락이 손톱 밑에라도 박히면 목구멍에 뼈다구 걸린 호랑이 신세나 별반 다를 바 없다.
남들은 평생에 한두 번 겨우 겪을까 말까 하는 희귀한 고통이 심심찮은 건 깎새가 깎새인지라 생기는 당연한 업보라서 누굴 탓하고 자시고 할 건 아니다. 다만, 느닷없이 족집게를 찾는다거나 응급약 담긴 통을 뒤적거리거들랑 '저 깎새, 머리카락이 박힌 게로군' 이해할 줄 아는 너그러운 손님이면 바라 마지 않겠다. 그에 더해 '손톱 밑에 머리카락 박히면 죽을 맛일 텐데' 아파해주는 척이라도 하면 그 손님, 천국행 티켓 따 놓은 당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