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헤매다 만나는 일반인과 즉석 인터뷰를 하고 퀴즈를 푼다는 처음 기획 의도에 충실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 초창기 시절, 말본새 똑 부러진 인천 한 초등학생이 등장하는 유투브를 다시 보다가 기발한 댓글을 발견하고선 신박해했다.
1. 나 혼자 산다(기획: 혼자 사는 연예인들 궁상 / 현재: 혼자 사는 연애인들 호화로운 삶)
2. 전지적 참견 시점(기획: 매니저의 고민 및 제3의 관점 / 현재: 연예인 친목질 보여주기)
3. 슈퍼맨이 돌아왔다(기획: 연예인도 똑같은 육아로 지침 / 현재: 호화로운 육아 방식 보여주기)
4. 신상출시 편스토랑(기획: 편의점처럼 간단한 음식 만들어 소개 / 현재: 편의점과 협업하여 내세울 신제품 개발)
5. 유 퀴즈 온 더 블럭(기획: 야외 인터뷰와 즉석 퀴즈 후 상품 증정하는 리얼예능 추구 / 현재: 자기자랑 시간)
방송국 관계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시청률에 울고 웃는 자들이 바글바글한 소굴에서 영양가 없는 일관성이 밥 먹여 주진 않을 테니까. 손바닥 뒤집듯 요렇게도 해보고 조렇게도 해보다가 시청률이 안정 추세로 요행히 정착했다면 변질이 곧 진화로 대접받을 게 분명하다.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초창기 방송본에 눈도장을 찍은 시청자가 그때가 그리워서 뿔난 댓글로 불만을 표시한들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두꺼운 낯짝은 필수일 게다.
오며 가며 마주치면 공기 자체가 어색해진 지 좀 됐다. 입치레일지언정 "안녕하세요?"란 안부조차 길바닥에 대고 씩둑거리고 마는 데면데면한 사이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깎새 점방과 벽 하나 사이인 국수집 이모는 한때 세입자(그래 봐야 세 가게뿐인) 중 최고참으로서 신참 기강 잡기에 여념이 없었던 적이 있었고 깎새는 고양이 앞에 쥐마냥 고분고분하게 그녀의 훈계를 경청했더랬다.
그녀가 주워섬겼던 어록 중에서도 개업한 이래 피치 못할 집안 중대사가 아니면 단 하루도 점방 문을 닫은 적이 없노라 핏대를 올렸던 극강의 성실성이 뇌리 한복판에 꽉 박혀 꼼짝달싹하질 않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점방을 지키는 것만이 10년 가까이 롱런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 강력한 무기! 그것이 그녀의 요지였다. 국수집 이모 가르침을 그대로 좇아 깎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 년 열두 달 화요일 휴무 말고는 점방을 비운 적이 없었고, 문 여닫는 시각을 변경은 해도 일정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국수집 이모가 변했다. 집안 우환 때문이라는 풍문이지만 점방 문 잠긴 날이 허다했다. 문 연 날도 심상치가 않아서 해 넘어가자면 한참인데 미련없이 자리 털고 가 버리기 일쑤였다. 그런 날이 쌓이고 쌓이니 초창기 국수집 이모 강단은 이미 무색해졌다.
변한 국수집 이모가 못마땅해서 서먹서먹해진 건 아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아니 그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더 커서다.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녀 역시 처음과 다른 자기 모습에 계면쩍어 차마 예전처럼 살갑게 대하기가 어려워진 게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든 국수집 이모든 시종여일한 일관성 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는 말을 하려고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