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면 절대 다리를 안 꼰다. 안 꼬는 게 아니라 사실은 잘 못 꼰다. 다리를 꼬면 고환이 이상하게 아프다. 어디에 끼었거나 차이면 터지듯 아파오는, 달린 남자만이 아는 통증. 고환은 그래서 소중하다. 아무튼 다리를 꼬았다 하면 그 통증이 수반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른 자세로 앉게 된다. 다리를 꼬아 앉으면 척추측만증, 하지정맥류, 소화불량이나 혈압 상승을 유발한다고 해서 의학계에서는 잘 권하지 않는가 보더라. 무엇보다 해부학적으로 다리 꼬고 앉는 게 훨씬 쉬운 여성과는 달리 남성이 꼬면 정자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는 귓등으로 흘려보낼 사안이 아니다.
고환이 담겨진 음낭은 음경의 아랫부분에 처져 있는 피부 주머니로 좌우로 나뉘어 있다. 피하지방이 없고 멜라닌 색소가 침착돼 짙은 암흑색이며 굵고 뻣뻣한 털이 나 있다. 많은 땀샘과 가는 주름이 있어 이를 통해 열을 발산시켜 온도를 체온보다 3~5도 정도 낮게 유지함으로써 고환의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골반 앞에서 바깥으로 튀어나와 서 있을 때 밑으로 늘어져 있는 음낭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모으게 되면 음낭의 아랫부분과 양측 허벅지가 맞닿게 된다. 이때 공기가 통하지 않게 돼 사타구니가 땀으로 젖고 음낭 내부의 온도가 올라간다. 음낭 피부의 축축한 느낌과 냄새로 불편감이 생기고 고환의 기능이 떨어져서 남성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국제 남성학회지 연구에 의하면 15분 동안 다리를 꼬고 앉았더니 고환 온도가 최대 2.7도 올라가더라나.(<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 쩍벌남을 위한 비뇨기과적 변명>, 헬스경향, 2021.08.11 참고)
허리를 의발의자에 딱 젖히고 앉아서 다리까지 꼬는 손님이 개중에 있다. 거기가 어디든 앉아서 거들먹거려야 직성이 풀리는 기질 혹은 버릇 때문인지는 아니 물어봐서 모르겠고 다른 데서 그러든가 말든가 알 바 아니지만 이발소에서만큼은 전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란 점만은 꼭 강조하고 싶다. 두 다리가 지면에 안정적으로 닿아 있어야 볼기짝이 의자에 착 달라붙어 무게 중심을 단단히 잡아줘 미동이 없다. 이발은 빗 놀음이라는 이 바닥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명언이 있다. 빗질이 잘 들어야 일속이 알차다. 작업도 빨라지고 볼품도 그럴싸해진다. 그러자니 가장 우선해야 할 전제 조건으로 머리통이 함부로 덜렁거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다리 하나로 두 다리 값 무게 중심을 잡으려니 될 턱이 있나. 버블헤드 인형마냥 가벼운 빗질 한 번에도 속절없이 흔들리는 머리통 때문에 습관성 울화통 분출증으로 고생하는 깎새가 다리부터 꼬는 손님은 뒤통수부터 한 대 쥐어박고 시작하고픈 심정을 당신은 이해해리라 믿는다.
거만하게 다리 꼬고 앉아 종 다루듯 깎새한테 반말까지 찍찍 갈기는 싸가지 손님한테 슬쩍 '남자는 모름지기 사타구니 통풍이 잘 들어야 정자 수가 늘어나고 그 질도 우수해진답디다' 지껄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꼰 다리를 풀면 '꼴에 남자랍시고' 실컷 비웃거나 알게 뭐냐는 듯 자세를 고대로 고수하면 '고자가 따로 없군'하고 역시 비웃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