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육촌 동생 중에 깎새가 유독 아끼는 정희(남자)는 올해로 마흔인 미혼이다.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육 년째 근무 중. 제 발로 나가지 않는 한 잘릴 리 없는 계약직이라고 너스레를 떠는데 토목 관련 업무에서 제법 이력이 붙은 모양이다.
연락이 아예 두절된(당숙 부부는 이혼했다), 주민등록등본 상에만 떠있는 모친 회갑 덕에 휴가를 받았단다. 부산 온 김에 겸사겸사 형 얼굴 보겠다고 연락이 온 것만도 고마운데 그가 건넨 잔잔한 배려에 마음이 확 녹아내려 버린 깎새.
"형이 그랬잖아. 화요일마다 쉰다고. 그럼 월요일 저녁으로 시간 맞추는 게 편하지 싶어서 미리 연락했지."
만나자면서 깎새 처지를 정교하게 마음 써 준 기별은 별로 없었다. 모친 병원 일이며 평일 아니면 처리가 힘든 자질구레한 잡사로 화요일 휴무일이 더 바쁜데 술잔까지 질펀하게 기울여 다음날까지 작취미성昨醉未醒이다간 손님 귀를 자를 불상사가 생기지 말란 법 없으니 차라라 운신 편한 전날이 낫겠다는 그 별 거 아닌 마음씀씀이가 세심하다.
깎새가 여러 육촌 동생 중에 유독 정희를 아끼는 까닭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