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한 낭보

by 김대일

부친 밑에서 10년 넘게 일하는 김 군은 깎새보다 8살 아래다. 견습으로 들어왔다 제 일몫을 너끈히 해치울 줄 아는 어엿한 기술자로 거듭난 김 군은 차를 몰 적마다 특이한 버릇이 나타나곤 한다. 지정한 목적지를 가고 오면서 그 도착 예정 시각을 에누리없이 못 박아 버린다. 예컨대 아무개 병원은 9시 17분에 도착하고 가게는 1시 59분에 닿는다는 식으로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는다. 제 시각에 도착할 때가 없진 않지만 대체로는 지연되기 일쑤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도로 사정을 감안해 기다리는 쪽은 지연을 당연히 감안하니 도착이 늦는다고 박정하게 타박할 까닭이 없는데도 그는 네비게이션 화면에 뜬 도착 예정 시각에 유독 집착한다.

거의 강박적으로 데드라인을 정해 놓고 그 촉박함을 극복하는 데서 오르가슴을 느끼는 게 아니라면 성실성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투쟁심을 불러일으켜 활동력의 원천으로 삼는 왕성한 에너지의 소유자임에 분명하다. 제때에 완료시킨 뿌듯함으로 자존감이 한껏 고양되는 이면에는 지연되었을 때 지불해야 할 송구함이란 만만찮은 역풍이 동전의 양면처럼 늘 상존하지만 말이다.

김 군 모친이 쓰러져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비보를 접했다. 그제 새벽에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며 울먹이는 김 군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을 때 하필이면 'just in time', 즉 '제때에 알맞게'나 '바로 때 맞춰'라는 문구가 떠올랐는지 너무 뚱딴지같아서 깎새도 어리둥절했다. 집에서 쓰러진 모친을 제때 병원으로 모시지 못해 더 위독해졌다는 김 군 죄책감에서 비롯되었는지 아직 정정해야 할 분인데 얼른 의식이 돌아와줬음 하는 염원에서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그저 김 군 입에서 "오전 11시 07분에 깨어나셨어요" 라는 절실한 낭보가 제발 튀어 나오길 바라는 마음만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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