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11)

by 김대일

해피 버스데이

오탁번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이 시인, 천재다! 발음에서 빚어진 오해를 절묘하게 시로 그려내다니. 그것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경상도사투리와 영어가 만나서 말이다. 그래서 우습고 재밌다. 이런 시라면 얼마든지 읽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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