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큰딸과 단둘이 밥을 먹던 지난 목요일 저녁, 매주 목요일마다 점방을 찾는 여자 견습생이 입길에 올랐다. 신출내기 가르치는 재미에 신난 깎새와는 달리 그런 아비를 뱁새눈을 해 가지고 못마땅하게 노려보는 큰딸이 예사롭지 않아서,
- 왜?
- 그 여자 몇 살이야?
- 68년 잔나비띠라던데.
- 나이는 좀 들었네. 예뻐?
어렵쇼! 이 느닷없는 단도직입은 무슨 저의일까?
- 전형적인 아줌마야.
-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 아빠를 뭘로 보고. 아빠도 눈 있거덩!
큰딸이 불안해하는 지점을 포착한 깎새가 되물었다.
- 혹시 정분날까 봐?
기다렸다는 듯이 넙죽 삼키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큰딸.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후유증쯤으로 눙치고 식은밥 마저 해치운답시고 얼른 얘길 끊어 버렸지만, 영 찜찜했다. 아비 어떤 면을 주시했길래 <사랑과 전쟁>류 선정적 상황과 아비를 겹치는 무리수를 둔 것일까. 아니, 그보다 경우의 수를 뒀는지 모를 일이다.
꼴에 아직 수컷이랍시고 추파나 질질 흘리고 다니다가 식구들 피눈물나게 만들지 모른다는, 꼭 물가에 내논 세 살배기 아이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어서? 가볍게 시작한 대화치고는 여운이 꽤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