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화된 인지

by 김대일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는 몸으로 느끼고 경험한 감각이 인지(관념)의 일부분이 된다는 개념이다. 아무개 정신과 전문의는 한 일간지 칼럼에서 간단한 이론 활용 방법을 설파했다.


뇌과학자 마르코 야코보니는 책 『미러링 피플』에서 “우리의 정신 과정은 몸에 의해, 그리고 몸이 주변을 통해 움직이고 상호작용한 결과물인 여러 유형의 지각 경험과 행동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뇌는 생각하고 몸은 단지 출력기관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 뇌와 몸이 함께 생각하고 반응한다”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란 개념을 설명합니다. “개념을 잡는다”라고 이야기하면 뇌에서 실제 뭔가를 손으로 잡을 때 작동하는 운동세포들이 활성화된다는 겁니다. 이를 활용하면 우리는 몸을 움직이면서 뇌와 마음에 새로운 느낌과 변화를 더 생생히 전달해줄 수 있습니다. 팔을 앞뒤로 털며 스스로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떨쳐내고’, 바닥을 발로 힘껏 밀며 자신을 당당히 ‘떠받쳐주고’, 공원을 걸으며 세상으로 ‘걸어나오는’ 연습을 해보는 겁니다. 몸과 함께 새 삶의 자세를 익혀가는 것이죠.(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감-마지막으로 가슴이 뛰어본 것이 언제인가요>, 경향신문, 2024.01.10 에서)


'체화된 인지' 개념이 타당하다면,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을 유익하게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이 신체적 활동에 정신적 활동까지 더한 포괄적 개념이라고 한다면 손에 쥔 스마트폰을 당장 집어던져야 한다. 불가하다면 디지털 해독 정책의 일환을 스스로에게 적용시켜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독재자로 변모해야 한다. 직관, 단순, 자극이란 감옥에서 뇌를 해방시켜 개념, 복합, 내면의 벌판에 방목시켜야 한다. 그래야 인간다워지지 않을까.

빠개지고 썩은 이빨 두 개를 드러낸 자리에 뼈를 이식해 임플란트가 고정될 수 있게 하는 상악동거상술에 뿌리 심지까지 박는 수술을 감행한 지난 화요일, 마취가 풀리자 통증이 심하게 밀려왔다. 처방약을 먹었지만 소용이 없어 추가로 진통제를 먹고서야 겨우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2주 가량 심한 운동은 자제하라고 단단히 주의를 줬고 다니던 헬스장에다 사정을 전했다. 내부 방침 상 1주밖에는 연장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연장도 했겠다 가료 핑계 대고 1주는 게을러터질 수 있겠으나 그 다음부터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는 깎새. 들인 돈이 아까워서라도 가긴 가야겠는데 괜한 짓 했다 덧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그보다 지속적으로 신체에 자극을 줘야 뇌와 마음에 새로운 느낌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체화된 인지'를 감안한다면 다른 대안을 궁리해야만 한다.

도둑이 제 발 저린댔다고, 부기와 통증에 시달려 집에서 꼼짝달싹 못 한 지난 화요일 이후로 사람이 영 멍청해졌다. 눈깔(안경)을 놔두고 나오질 않나 호주머니 속 자동차 키를 못 찾아 안절부절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연거푸 연출하는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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