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새는 장사로는 절대 떼돈을 못 벌 위인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댔다고 이 일화가 그걸 증명한다.
처음에는 말수가 별로 없던 단골이었다. 땅속으로 한없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용건을 밝히는데 하대인지 존대인지 모르게 용건만 간단히 밝힐 뿐이었다. 그러다가 안면 트고 말문까지 트였다 싶었는지 언제부터인가 대놓고 반말지거리지 뭔가. 액면으로만 견줘도 깎새와 아주 벌어질 연배가 아닌데 종놈 부리듯 함부로 대하는 품이 꼴불견도 그런 꼴불견이 없던 것이었다. 하루는,
"야, 이거 해서 한 달에 5백은 벌어가냐?"
처음엔 누구랑 통화하는 줄 알았다. 저따위로 무례하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가만두질 않을 텐데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면서. 그런데 문득 질문의 대상이 다름아닌 본인임을 직감한 깎새는 전의가 일고 말았다. 아예 오늘 장사 접고 이판사판 공사판으로 들이받으려다가 더러워서 피하는 게 똥이라고 속으로 되뇌며 겨우겨우 참았다. 깎새가 발끈한 건 그가 하대를 해서가 아니었다. 5백만 원을 못 벌면 평균 이하로 취급당하는 듯한 뉘앙스가 참으로 가당찮아서였다. 도로 물어보고 싶었다. 당신이 주장하는 하한선 5백만 원은 어떤 근거에서 나왔냐고. 또 묻고 싶었다. 그리 함부로 나불대는 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이 벌길래 이리 방자하냐고. 5백만 원을 손쉽게 벌어들이는 작자가 뭐가 아쉬워서 기껏 5천 원하는 커트점에 와서 깎새한테 머리통을 맡기는 것인가. 사람을 함부로덤부로 평가하려 드는, 그것도 '돈'이라는 가장 저열한 잣대를 들이대려는 자를 깎새는 얼간이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아무말이 난무해도 일체 대꾸하지 않은 그날 이후로도 그는 다달이 때가 되면 찾아오지만 묻는 말에 대답은커녕 철저하게 무시해 버리는 깎새다. 실은 마주대하는 것 자체가 역겨워서 미칠 지경이다. 꼭 커트와 염색을 세트로 주문한다. 얼른 내보낼 요량으로 서두른들 족히 30분은 한 공간에 같이 머물러야 한다. 그것 자체가 숨막히고 끔찍하다. 그나마 눈칫밥은 먹을 줄 아는 위인인지 요즘은 슬쩍 공대를 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오늘 무지 춥더만요. 새벽에는 비도 오고 바람도 세게 불던데 출근할 때 괜찮았어요?"
하지만 옹졸하기 짝이 없는 깎새는 끝내 말문을 닫고 무시해 버리기 일쑤다. 죽었다 깨어나도 싫은 놈은 싫은 법이라서.
이래가지고서야 장사해서 언제 떼돈 벌겠나. 옛말에 장사치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했는데 깎새가 급똥이 와 길가에 퍼질러 싸면 똥개들이 얼른 달려와 "아이구, 감사히 먹겠습니다"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