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의 간을 빼먹은 생양아치

by 김대일

커트 끝낸 손님이 계좌이체로 요금을 치뤘다. 다음 손님을 곧장 의자에 앉히고 커트보를 치느라 이체 확인을 못 했다. 했겠지. 5천 원짜리 커트값 설마 떼어먹겠어?

내란 우두머리 살판났다는 소식에 살짝 심란했으나 다음 손님 작업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무난하게 작업을 끝낸 뒤 바닥에 널부러진 머리카락을 빗자루질하고 있는데, 앞 손님처럼 요금을 계좌로 보내겠다며 깎새를 등지고 섰는 손님은 완료했다는 말을 남기고 후다닥 자리를 떴다. 빗자루질이 덜 끝났는지라 또 확인을 못 했다. 했겠지. 그깟 5천 원짜리 커트값 떼어먹는 놈이야말로 벼룩의 간을 빼먹을 생양아치지.

하지만, 앞 손님 이체한 기록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벼룩만도 못한 놈이 하는 척만 하다 달아난 것이다. 5천 원 비었다고 하루 매상에 막대한 지장은 없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얻어 맞으면 계좌이체하는 손님 열이면 열 색안경 끼고 볼 수밖에 없다. 계좌이체했다는 손님을 잠시 대기 상태로 묶어 두고 확인하는 절차가 꼭 뒤따른다. 손님도 깎새도 번거롭긴 마찬가지지만 어쩔 수 없다. 여가 선용하려고 장사하는 건 아니니까.

벼룩의 간을 빼먹은 생양아치 한 놈 때문에 계좌이체하는 모든 손님을 의심하게 되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일어난다. 하여 빌미를 제공한 사기꾼을 죽을 때까지 저주할 작정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흐려 놓은 웅덩이가 돌려 놓자면 의외로 긴 정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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