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by 김대일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런 식으로 운을 떼면 일단 그 '말'이 죽도록 궁금해진다. 필시 혀끝에 감칠맛이 도는 곡절일 테지만 좀 밍밍하다손 업수이 여길 계제가 아니다. 고명 없다고 냉면 맛이 없을쏘냐. 그러니 그 '말'을 정중하게 영접하도록 하자.

솔개 어물전 돌듯이 깎새가 호시탐탐 눈독 들이는 건 멍석만 깔아주면 씨부리고 싶어 미치겠는 그 말들의 내력이다. 제 입맛대로 첨삭의 과정을 거치긴 했겠으나 별로 개의치 않는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되니까. 나름 엑기스만 쪽쪽 뽑아먹는 청취력으로 무장되어 있으니 못 알아먹을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라.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이. 말을 할까 말까 입술만 연신 달싹이는 사람을 어떻게든 구워삶아 그 입을 터지게만 만들면 유일무이하고 전무후무하며 흥미진진하고도 기상천외한 이 세상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닌 오직 한 사람만의 비화가 펼쳐지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장삼이사의 고유한 사연은 소설, 영화보다 더 흥분되는 의외성이 숨어 있어 그야말로 평범 속 비범이다. 그 뜻밖의 즐거움 덕에 지루하고 편협한 일상은 잠시나마 일탈을 꿈꾼다.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시그널이 전해지면 머리 깎다 말고 귀를 쫑긋 세운다. 그러고는 살살 부추긴다.

"그래서요?"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다. 그 덕에 글거리 곳간이 두둑해진 기분이다. 그러니 오늘은 일진 좋은 날이고. 깎새는 제 점방에서 이러고 놀고 자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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