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감는 세면대 배수관이 막혔는지 물이 안 내려갔다. 내려가라는 물은 안 내려가고 꼬르륵꼬르륵 배곯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도로 폭이 갑자기 좁아져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고 마는 병목 현상 딱 그 짝이라 보기에도 듣기에도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개업 이래 처음 당하는 돌발 상황이라 몹시 당황스러웠다. 한산해서 망정이지 손님이라도 몰렸다면 낭패 크게 볼 뻔했다. 기다란 쇠꼬챙이를 배수관에다 쑤셔 본다든지 헌 칫솔을 나무젓가락에 칭칭 묶어 배수관 안쪽을 골골샅샅이 닦아 내는 식으로 갖은 수선 다 부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시중에서 뚫어뻥, 펑크린, 트래펑 따위로 다양하게 불리는 배수관 막힘 용해제를 구해다 난국을 타개할 마지막 수단이길 간곡하게 바라면서 배수관에다 들이붓기에 이르렀다.
10분 정도 기다렸다. 배수관이 뚫리길 바라는 그 10분이 꼭 10년처럼 천천히 흘러갔다. 기다리는 내내 불안했다. 이걸로도 뚫리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다음이 잘 떠오르지가 않아서.
10분 뒤 물을 부어 봤다. 찔끔찔끔 내려가던 물이 거꾸로 역류했다. 또 막히고 만 것이다. 이마 위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급한 김에 쇠꼬챙이로 마구 쑤셨다. 쑤시면서 배수관이 막혔으면 막힌 거지 내 속까지 왜 문드러져야 하는지 깎새는 통탄했다. 하지만 이내 한숨 쉬고 한탄만 해서 될 일이 아니라며 냉정을 되찾았다.
배수관이 뚫려야 세면대 용무가 원활해진다. 세면대를 편히 쓸 수 있어야 손님을 받을 수 있고 그래야 매상이 일어난다. 깎새 먹고사니즘은 매상에 좌우될 수밖에 없으니 배수관을 뚫는 건 사활의 문제가 된다. 그러니 무조건 뚫고 봐야 한다. 앞뒤 재고 망설일 까닭이 없는 것이다.
쇠꼬챙이 쑤시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식은땀은 긴장감에서 절실함으로 그 성질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이마 위에 송골송골 맺혀 있다. 배수관 막힘 용해제를 다시 배수구로 흘려 보냈다.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관통만이 드리워진 불안과 초조를 떨쳐낼 유일한 길임을 간절하게 기원하면서.
다행히 배수관은 뚫렸고 이후로 점방을 찾은 손님들은 편하게 머리를 감았다. 불현듯 막힌 배수관이 현 시국을 빼다박아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막힌 혈은 곧 뚫릴 게다. 뚫어뻥 같은 시민의 에너지에 힘입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