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은 자유라지만 사람이 착각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때는 2021년 9월 1일로 깎새가 천신만고 끝에 4전5기로 이용사 자격증을 딴 마지막 실기시험을 앞둔 대기실. 2021년 정기 기능사 3회 이용사 실기 시험을 주관하는 진행요원이 12시 30분 정각에 대기실에 입장했다. 수험생은 깎새를 포함해 8명. 진행요원은 먼저 수험생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꺼내 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시험장 작업 자리를 추첨해야 한다며 상자 속 번호표를 뽑게 한 뒤 그 뽑은 번호와 수험생 이름을 응시생 프로필 서류에 정자로 기입하라고 안내했다.
8명 중 두 번째로 불려 나간 깎새는 5번을 뽑았다. 시키는 대로 서류에 숫자와 이름을 기입했다. 주민증과 얼굴 대조까지 다 마친 뒤 화장실엘 갔다. 다녀오는 동안 8명 대조 작업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작은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 앉았는 젊은 남자가 자기 이름을 왜 안 부르느냐고 항의했다. 진행요원은 그럴 리 없다면서 2021년 정기 기능사 3회 이용사 실기 9월 1일 12시 30분 실기시험 수험생 명단이 적혀 있는 프로필 서류를 재차 삼차 확인했다.
- 수험생분, 수험표 확인 좀 부탁합니다.
문제의 남자는 Q-net에 접속해 수험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정적이 꽤 오래(그래봐야 몇십 초겠지만) 흘렀던 것 같다.
- 오늘이 몇일이죠?
뭔가 단단히 착각했구나, 깎새는 직감했다. 그 남자 응시일은 9월 9일이었다. 9자가 1자로도 보이는지는 차제에 연구해 볼 문제고 부산 말투가 아닌 걸로 봐서 부산까지 원정 시험을 보러 온 성싶은데 날을 잡아도 한참 잘못 잡은 게다.
낭패감으로 얼굴이 불콰해진 문제적 남자는 주섬주섬 자기 소지품을 챙겨서 일어섰다. 그런 남자를 보면서 진행요원이 적절한 위로를 건넸다.
- 안 지난 게 어딥니까? 시험일 지나 오시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그날 이후 그 남자가 어찌 됐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생각지도 않은 8일을 자기 기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인저리 타임으로 삼았다면 무난하게 합격했을 게다. 이런 복된 착각을 다른 말로 전화위복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