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과 낙선의 진폭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

by 김대일

부산 교육감 보궐선거일은 4월2일이다. 후보 중엔 3년 전까지 교육감을 역임했던 인물도 있다. 그 후보가 교육감이었을 당시 지근거리에서 열렬하게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한 시의원이 이 글의 주인공이다.

그는 인도네시아로 건너간 용이와 단짝이다. 단짝이기에 앞서 정치적 동지로 봐야겠다. 용이가 부산에 살 때 사석에서 한두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1990년대 초반 대학가 운동권으로 용이와 함께 진두에 서서 짱돌과 화염병깨나 던졌다는 무용담을 소개 삼아 들었더랬다. 순하디 순한 인상이 치열한 청춘을 보낸 투사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시의원으로 당선된 뒤 4년 간 벌였던 의정활동은 나름 치열했고 성과도 어느 정도 거둔 터라 당연히 재선을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그는 낙선했다.

재선을 위한 선거 운동이 한창일 무렵 우편으로 날아온 후보자 정보 자료를 봤었다. 그는 부산 시민을 위해 혼신을 바쳐 봉사하는 일꾼으로 진면목을 발휘하기에는 지난 4년이 너무 짧아 아쉽다면서 지난 임기의 연장선상에서 간단없는 의정 활동을 이어감으로써 자기를 뽑아준 지지자와 부산 시민에게 더 살기 좋은 부산을 이룩하는 데 일조하려고 재출마한다는 출사표를 밝혔다. 갑장이긴 하지만 나온 학교가 다르고 친구의 친구로 만났을 뿐이라서 그를 세세하게 알 턱이 없지만 지난 4년 간 나름 왕성했다고 자부했던 의정 활동과는 다르게 출마 변은 식상하고 진부했다.

2022년 6월에 치뤄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허니문 선거여서 여당 압승으로 귀결된 터라 결과적으로 반대편 진영 후보였던 그로서는 아무리 용을 써도 어차피 기울어진 운동장이긴 했었다. 하지만 사석에서 느꼈던 참신함이 불과 4년만 구가했을 뿐인 권력의 단맛 앞에서 팍삭 쪼그라들 줄은 미처 몰랐었다. 달갑잖은 변모가 그렇다고 오롯이 그의 탓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따른다.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교육감, 구청장, 시장, 도지사,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 출마 변은 온통 나라와 국민, 지역과 주민을 위해 살신성인하겠다는 미사여구로 가득차 있고 그 표현력도 오십보백보다. 당선 이후 행보는 더 가관이다.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전락하기 일쑤고 선거 대비 학원이라는 데가 있다면 똑같은 강사 밑에서 똑같이 배운 것처럼 그들의 화법은 서로 닮아 있다.

같은 물에서 놀던 자들이 그러할진대 혼자 고결해본들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 섰는지 모른다. 차라리 정상배 때를 적당히 묻혀 엇비슷하게 처신하면서 비교우위까진 못 되더라도 '그놈이 그놈'일 거면 구관이 낫겠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 승기를 잡는 선거 전략을 택했을지 누가 아나. 그럼에도 그는 결국 낙선했다.

아무튼 낙선 이후 야인이 된 그를 다시 만난 적은 없다. 정치적 재기를 꿈꾸는지 정치판에 염증을 느껴 아예 그 바닥을 떴는지는 용이까지 인도네시아로 떠난 마당에 알 길이 없다. 다만 그가 열렬하게 지지했고 아마 여전히 열렬하게 지지할 인물이 교육감 후보로 재등장했으니 그 주변을 살피다 보면 그의 근황을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은 해본다.

요행히 기회가 닿아 재회한다면 꼭 묻고 싶다. 선거 당선과 낙선을 오가는 진폭 큰 역정을 거쳐 오면서 그의 일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왕이면 정치적 수사 대신 적나라한 일상 화법으로 솔직하게 대답해 주면 그보다 더한 성의가 없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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