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에겐 퇴직금이나 다름없는 노란우산공제 해지 건수가 2월 기준 역대 처음으로 1만 건을 돌파했다고 한다.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음과 같다.
3월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노란우산공제 해지 건수는 1만477건이며, 지급된 폐업공제금은 1434억원이다. 해지 건수, 공제금액 모두 역대 2월 최고치다. 이는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절정에 달했던 2021년(6879건, 659억원)과 비교해도 해지 건수가 약 52%, 폐업공제금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세계일보, 2025.03.18 기사)
보도 자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내수침체에 더해 고물가 장기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미국발(發) 무역 전쟁 등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에 두 손 두 발 들고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한 것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고 이런 최악의 상황 해결을 위해 정부 지원금과 같은 단기 처방이 아닌 시장구조·체질 개선 등 구조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도 꼬집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옆 가게는 29,900원으로 닭백숙과 오리불고기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어 가성비 갑이라고 선전하면서 손님을 유혹하고, 그 맞은편엔 호텔식 샐러드바를 구비해 놓고 냉동삼겹살을 팔아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새워 손님을 끈다. 장사 아이템이야 주인 마음이긴 하지만 동네 장사인 주제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센 한우를 파는 게 전략적으로 타당한지는 한동네 상점가에서 장사하며 나름 상권을 분석한 깎새로서는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개업할 무렵 한우 판다는 플래카드를 집채만 하게 걸어 둘 때부터 낌새가 심상치 않더니 이후로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닭백숙+오리불고기, 샐러드바+냉동삼겹 경쟁 고깃집이 손님으로 미어터지는 걸 속 터지게 구경만 하는 때가 허다하다. 상권 분석에 주도면밀이 떨어져서인지 여직 홍보가 덜 되어서인지 진작에 먹어본 손님들 평판이 안 좋아서인지는 주인장한테 직접 물어보면 바로 궁금증이 해소될 테지만 괜히 오지랖 떨며 들이댔다간 주걱 타작을 못 면할 성싶어 관둔다. 다만, 오다가다 파리만 날리는 가게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주인 얼굴을 목격하는 일이 잦다 보니 자기 일인 양 마음이 편치가 않은 깎새로고. 일주일 내내 기다려도 서너 테이블 채우기가 벅찰 거면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다른 걸 알아보는 게 신상에 더 이롭지 않겠냐는 충고가 목울대를 간지럽히니 참으로 고약한 심보가 아닐 수 없다.
딴에는 한우 아이템이라면 분명 먹힐 거라고 확신했을지 모른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입소문만 타면 차차 나아지리란 기대가 없진 않았을 테고. 헌데 계엄 사태가 느닷없이 벌어질지 누가 알았으랴.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으니 경기는 나락 수준까지 급전직하해 먹고 살기는 더 어려워졌고 당달아 사람들 돈줄까지 말라 버리니 아이템이 암만 훌륭한들 무슨 소용이냐고 한우집 주인장이 울먹울먹 하소연하면 맞장구쳐 줄 용의가 다분한 깎새다. 저 해운대 마천루 동네와 비교해 아무리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해도 한우 모르는 주민 없고 그 맛에 안 미친 주민이 없다면 한우 고깃집의 존립 근거로 충분하다.
깎새가 한우 고깃집 주인으로 빙의해 보자면, 이렇게 좋은 육질의 고기를 제공하겠다는데 안 찾아주는 손님들이 원망스러우면서도 계산기 열나게 두드려 한우치곤 나름 실리가격으로 고깃값을 책정했음에도 사람들 발길을 쉽사리 잡지 못하게 만든 염병할 이 시국이, 이 경기가 한스러울 뿐인 게다.
그 주인장 노란우산공제에 들었다면 혹시 해지를 걱정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몹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