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아줌마가 노욕이 심해져 터무니없는 월세를 요구하지 않는 한 오래오래 장사하고 싶은 깎새로서는 좋든 싫든 현재 위치에서 터 잡아야 마땅하다. 인간 같지 않은 진상 손님이 사람 속을 뒤집어 놓고 가고 한밤중에 점방 앞에다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갈지언정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지, 어우렁더우렁 지내다 보면 홈타운보다 정이 더 붙지 말란 법도 없다. 하지만 지난 3월 19일부로 3년을 꽉꽉 채웠음에도 달아난 정나미가 쉬 돌아올 기미는 별로 안 보인다. 설령 이 글을 보고 있을지 모를 깎새 점방 손님이자 동네 주민이 거기서 벌어먹는 주제에 앞뒤 안 맞는 소리하고 자빠졌다고 책망을 해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담배다. 깎새가 생판 모르는 동네를 방문할라 치면 호불호를 결정짓는 첫째 요인으로 쾌적함을 꼽는다. 삭막한 도심 속 동네에서 싱그러운 전원 풍경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자기 동네에 자부심이 충만하면 부지불식간에 풍겨져 나오는 어떤 고유한 풍경과 내음이 이방인에게도 옮겨져 상쾌하고 즐거운 기분을 선사한다. 그런데 깎새 점방이 있는 동네는 그 풍경과 내음을 담배가 지배하고 있다. 동네를 걷다 보면 담배를 입에 물고 걸어가는 사람이 유독 많다. 자기 뒤로 행인이 따라오건 마주보고 걸어오건 개의치 않고 꼬나문 담배를 힘껏 빨아 훅 하고 연기를 내뱉는 풍경이 흔하다. 담배 내가 공기를 더럽게 물들여 주변을 혹사시킨다.
비단 남 눈치에 둔감한 꼰대들만의 전횡이 아니다. 남녀노소,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워 대니 동네 거리는 거짓말 좀 보태 담배 연기로 온통 자욱하다. 내 담배 내가 피겠다는데 웬 참견이냐고 하면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이다. 흡연자 혼자 길을 세 낸 게 아니라면 같은 길을 걷는다는 이유만으로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는 간접 흡연의 피해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범죄 행위다. 개탄스러운 지점은 간접 흡연이 끼치는 해로움에 전혀 개의치 않는 불감증이다. 아예 모르는 건지 알아도 모른 척하는 건지.
이왕 들어왔으니 그 곳에서 오래오래 장사하고 싶은 깎새로서는 동네를 폄훼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다만 세상은 상대성이라는 것 덕분에 균형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흡연자가 있으면 비흡연자가 있으며 길은 누구 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서 길을 걷는 행위에도 일정한 도덕률을 적용받는다는 별로 어렵지 않은 도리만 지켜 준다면 타지인이 끽연 이기주의자들의 소굴이라는 악명을 붙일 이유가 없다. 담배 한 대를 꼭 다 피우고 나서야 점방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작업하는 내내 담배 쩐 내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금연한 지 만 8년 째인 깎새한테 매정하게 내쫓기지 않으려면 특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