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왼쪽에서 맡은 냄새가 더 심할까

by 김대일

손님을 이발의자에 앉혀 놓고 머리를 깎다 보면 참 희한하게도 손님 오른쪽에서 작업할 때보다 왼쪽일 때 냄새가 더 난다. 이를테면 문뱃내나 담배 쩐 내랄지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먹은 뒤 칫솔질을 안 해 남은 자극적인 뒷맛 따위가 사람 안면 오른쪽보다 왼쪽에서 유독 더 강하게 풍기는 까닭은 알도가도 모를 일이다. 남다른 한두 손님만 그런 게 아니라 냄새가 나는 열이면 열 다 그렇다.

하도 궁금해 인터넷을 뒤져봤다. 왜 오른쪽보다 왼쪽에서 입냄새가 더 강하게 나는지. 가당찮았는지 질문에 대한 답을 좀처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지난 3년에 걸쳐 축적된 자신의 경험치를 이대로 깡그리 부인당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는 깎새는 답을 찾을 때까지 더 파고들 작정이다.

이용사법 시행규칙을 충실히 따르기 위해 마스크를 늘 쓴다. 보통은 이발의자 오른편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커트 작업이 이어져야 하는데 역하게 풍기는 체취와 맞닥뜨리면 돌아야 할 스텝이 꼬여 버리곤 한다. 홧김에 그 손님 뒤통수를 갈기고 싶었던 충동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고충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발의자에 앉은 손님 오른쪽보다 왼쪽에서 냄새가 더 심하게 나는 과학적 근거를 꼭 찾아야 하다. 혹시 냄새에 정통하신 분이 계시면 깎새한테 정보를 제공해 주면 참 고맙겠다.

그런 건 모르겠고 깎새가 주장하는 바를 자기 코로 직접 확인해봐야겠다 싶은 분은 언제든 환영한다. 단, 문뱃내나 담배 쩐 내랄지 김치찌개를 점심으로 먹은 뒤 칫솔질을 안 해 남은 자극적인 뒷맛을 품고 다니는 손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고는 들여야 한다는 점을 미리 알려 드린다.

작가의 이전글시 읽는 일요일(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