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망상

by 김대일

깎새가 제일 고대하는 요일이 뭐냐는 질문에 휴뮤일인 화요일이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이다. 크리스마스도 전날인 이브가 광란이고 불금으로부터 주말이 비롯되듯이 깎새도 휴무일 전날인 월요일 저녁을 최고로 친다.

월요일 마감을 짓고 나면 그 밤을 원없이 불사르고 싶어 감질이 난다. 다음날이 휴무일이라 홀가분한 기분에 그게 뭐든 탈선을 일삼을 욕구가 마구 일지만, 그때뿐이다. '여건이 불비하다'는 이럴 때 쓰라고 생긴 표현이 틀림없다. 우선 놀고 싶어도 같이 놀 만한 이가 없다. 월요병으로 시난고난하다 퇴근해 겨우 몸을 추스르는 사람을 불러낼 배짱이 없는데다 설령 어울린다손 "내일 너는 놀고 나는 일하는 게 형평에 맞냐"고 대들면 "그건 너 사정이고"라고 맞받아칠 용기는 더욱 없어서 차라리 놀아도 혼자 놀기로 했다.

혼자 논대도 비용은 드는 법. 한때는 처량함을 무릅쓰고 동네 주점 한 귀퉁이를 전세 내 혼술을 즐기곤 했지만 그마저도 차라리 집구석에 처박혀 마시는 게 이문 남는 장사겠다 여겨 관둔 지 오래다. 결국 월요일 저녁 일탈 충동은 충동이 일었다는 기분만 즐기다 마는 꼴이라 용두사미가 따로없다.

이제는 덤덤해졌지만 개업하고 한동안은 일상인과 확연히 다른 라이프사이클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도지는 월요병에 무기력해진 사람들한테 신박한 이벤트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민폐임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월요일 저녁 무렵만 되었다 하면 도지는 그놈의 역마살을 주체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세월이 약이랬다고 '집 - 점방 - 집 - 점방'인 단조로운 일상이 이젠 지겹지 않다. 지겨울지언정 내팽개칠 처지가 못 된다. 하여 팔자겠거니 눅이며 마음 편히 지내고 있다. 다만 월요일 저녁이면 으레 요동치는 '엉뚱한 일탈로의 유혹'을 뭉개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일주일 중 가장 홀가분하고 느긋한 월요일 저녁을 만끽할 파격적인 그 무엇을 구상하는 건 즐거운 망상이라서.

오늘은 월요일이다. 일상인과 다르게 한 주를 마감하는 날이라서 깎새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는 듯 설렌다. 맞장구 쳐 줄 이가 없으니 외손뼉 소리날 턱이 없지만 깎새는 월요일 저녁이라 그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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