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by 김대일

어제(9/14) 오후 2시 백신을 맞았다. 처음엔 화이자랬다가 모더나로 맞았다. 마누라와 큰딸은 그제 맞았는데 화이자였고.

백신을 맞을까 말까 적잖이 고민했었다. 어차피 이 역병이란 놈을 감기마냥 달고 살아야 할 팔자라면 약효 기간이 길어야 반 년이라는 백신을, 극히 미미하다고는 하나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끊이질 않는 백신을 부스터 샷이란 미명 하에 때마다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불안감을 일부러 짊어지고 살 까닭이 없다는 회의감이 내내 들어서였다. 착용 안 하면 오히려 더 불편해진 마스크로도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리란 자신감도 들었다. 결정적으로 백신 접종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변했다. 남들 다 맞으니 너도 맞아야 한다는 식의 밀어붙이기 내지 백신 접종 거부자에 대해 터부시하는 건 억압적이고 개인의 자유를 무시하는 태도다.

백신의 안전성 확보가 우선이다.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인과성을 규명하기 어렵다며 건건마다 정부는 일단 부정하기 일쑤이지만 내가 백신을 맞고 15분간 대기하는 중에도 2차 접종한 중년 여성은 갑작스런 몸살기로 접종한 병원 침대에 몸져 누워 있었다. 백신 맞아서 불편해하는 사람, 느닷없이 건강이 나빠진 사람,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한 사람, 병을 예방하려다가 병을 되레 얻게 된 사람들을 백신만이 국가와 사회를 예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전체주의적 관점으로 회피해선 안 된다. 그러니 '빨리'가 무조건 능사가 아니다. 백신이든 치료제든 어떠한 의혹이나 불신이 없는 안전한 방어책이 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나는 더 기다릴 용의가 있다. 진정한 일상으로의 복귀는 모두가 다 안전해야지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전염으로 인한 애들 건강부터 걱정하는 마누라 등쌀에 접종을 하긴 했지만(6주 후 2차도 맞겠지만) 혹시 부스터 샷이 이후 시행되면 심각하게 고려해볼 작정이다. 백신 맞은 왼팔이 하루가 지났는데도 욱신거려 몹시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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