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창훈은 중고로 산, 엔진이 선체 밖으로 나와 았는 낮고 작은 보트인 '동성호'를 타고 우루과이를 가는 게 목표였던 적이 있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곡괭이를 들고 지구의 중심을 향해 정확히 파고 들어가면 나오긴 하지만 그 짓으론 어느 세월에 당도할지 몰라 쪽배 타고 대양을 건너는 게 그나마 더 빠를, 완벽한 반대쪽인 그 나라엘 가려는 이유는 딱 하나, 호세 무히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를 찾아가보고 싶은 이유는 그의 인터뷰를 읽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공화국은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원리로 움직이는 체계이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고 신(神)도 아니고 주술사도 아니다, 나는 대통령도 국민들 다수가 살아가는 방식 그대로 사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소비 자체가 아니라 쓰레기에 반대한다” “요즘 사람들은 도시에서 살기 위해서 교통체증의 질식 상태로 앉아서 인생의 절반을 버리고 있다. 자유란 삶을 누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내 목표는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적 사고방식을 남겨두고 떠나려는 것이다” 같은 그의 말이 나온다.
2013년 9월24일 제68차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어떤 나라도 혼자서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세계의 힘 있는 지도자들은 어떻게 하면 다음 선거에서 이길까만을 걱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인용하고 싶은 게 더 많지만 원고량 채운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그만둔다. 암튼 다 알고 있는 말에 감동을 받아보기도 처음이다. 이유는 그가 자신의 말을 실제로 실천하고 생활하기 때문.
그래서 생각했다. ‘이 양반을 한번 만나봐야겠군.’ 그의 본명은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그 동네 사람들 이름은 길기도 하지). 젊은 시절 마르크스주의자로 정부에 대항하여 싸웠으며 1985년 사면될 때까지 15년 감옥살이를 했다. 그중 11년은 독방 생활이었다. 그거까진 그렇다고 친다. 비슷한 경우가 우리나라에도 많으니까. 대통령까지도 뭐 그렇다. 우리는 아빠가 대통령이면 딸도 대통령 하는 나라 국민 아닌가.
그다음이 멋지다. 대통령이 되었는데도 28년 된 낡은 자동차를 끌며 월급 90%를 기부하고 노숙자에게 대통령궁을 내주고 자신의 작은 농장에서 생활한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지만 철학자이자 행동가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현자로 불린 사람이다. (한창훈,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기로 한다』, 한겨레출판, 2017 에서)
"전사는 쉴 권리가 있다"던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 우루과이 전 대통령이 별세했다. 파파 프란치스코 선종(4/21) 후 채 한 달이 안 된 5월 13일이다. 가난했지만 전혀 가난하지 않았던 이 시대 어른 둘을 졸지에 잃었다.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소설가는 무히카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혹시 거문도 갯바위에 앉아 우루과이쪽을 바라다보며 비탄해할지 모를 일이다. 깡소주를 들이켜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