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하면서 내세웠던 지상 최대의 목표는 마누라 통장에 이백오십만 원 이상을 다달이 송금시키는 거였다. 매달 25일을 송금일로 잡아 그달 25일까지 번 매상 중 월세와 공과금 및 제반 비용을 뺀 나머지 수익을 고스란히 마누라 통장으로 송금하는데 그 액수가 매달 꾸준하게 이백오십만 원 이상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게 깎새의 소박하면서 굳건한 포부였다. 25일 이후로 벌어들이는 건 점방에 필요한 비상금으로 삼으면 될 일이고 많고 적음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오로지 송금액 이백오십만 원을 25일까지 맞추고자 오천 원짜리 커트 요금을 붙들고 줄곧 아등바등대고 자빠졌다.
2025년 5월 25일, 마누라 통장으로 일백오십만 원을 송금했다. 닷새 전인 2025년 5월 20일 필요하대서 우선 송금한 오십만 원을 합치면 딱 이백만 원이다. 2022년 3월 개업한 이래 햇수로 3년 만에 백만 단위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푼돈일지 모르겠지만 깎새로서는 그저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3년 만에 송금액 이백만 원을 달성했다면 이백오십만 원이 결코 요원하진 않으리! 물론 매상이 마음같지 않고 그로 말미암아 송금액이 요동칠 게 뻔하지만 '2'를 찍어본 가락이 어디 가지 않을 테니 향후 월 송금액 평균도 오를 게 분명하리라.
이렇게 장담 아닌 장담을 내놓는 데는 그 나름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날이 갈수록 손님 느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기존 단골에다 누가 퍼뜨렸는지 모르겠지만 소문 듣고 왔다는 손님들이 수두룩하다. 그렇게 장부를 메우는 손님 숫자가 작년 이맘때는 말할 것도 없고 바로 직전 달보다 현저하게 늘었으니 깎새로서는 몸은 비록 고달플지언정 개업하면서 세웠던 지상 최대의 목표 달성이 눈앞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즐거운 것이다.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깎새 입장에서 월 송금액 이백오십만 원은 가장이라는 직분에 충실히 임하는 중이라는 일종의 체면치레다. 그 금액이거나 그 이상 매달 꾸준하게 입금시킬 수만 있다면 그간 마누라한테 진 마음의 짐을 그나마 덜어내는 셈이 된다. 하여 월 송금액 이백오십만 원만큼은 지아비된 자로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의 마지노선이라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심기일전할 수밖에 없다. 설령 돈밖에 모르는 인색한이라는 악평을 들을지언정 절대 양보 불가라는 점 강조하는 바이다.
2000년 마누라와 결혼한 이후로 요즘처럼 자기효능감이 극대화된 시절도 없었으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당분간 브레이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