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클리스

by 김대일

한국 이름은 아침해, 영어 이름은 레클리스(Reckless, 무모한 자). 6.25 전쟁 당시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탄약과 무기 수송을 담당한 군마軍馬.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낸 공로로 1959년 미국 해병대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아닌 존재가 부사관으로 임명되었다. 당시 계급은 하사.

『레클리스』(로빈 허턴/황하민, 도레미, 2025)라는 책에는 레클리스 동료였던 미 해병대원의 증언 대목이 있다.

단 하루 동안, 레클리스는 여러 사격 지점을 51번 왕복했고, 이중 95퍼센트는 혼자서 전투 구역을 통과했다. 총 386발의 탄약, 즉 5톤에 달하는 폭발물을 수십 번에 걸쳐 등에 싣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위험한 지형을 오르내렸다. 피더슨의 추정에 따르면, 이날 레클리스는 56㎞ 거리를 이동했고, 논밭과 가파른 산악 지형을 옮겨 다녔으며, 마지막 오르막 경사는 항상 45도 각도였다. 레클리스는 적의 포탄이 분당 500발씩 쏟아지는 ‘폭발 지옥’ 속에서도 무거운 탄약을 안전하게 운반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와 같은 희생과 용기를 보여준 말은 과거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다. 레클리스는 미국 해병대의 이름에 진정으로 어울리는 말이었다.(<美 해병대 된 제주마…계급장 달고 눈부신 전과>, 국제신문, 2025.05.15 에서)

레클리스에 관한 책을 소개한 일간지 기사 중에 '한국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피어난 레클리스의 용기와 희생, 그리고 전우애의 고귀함을 정밀하게 복원한 기록'(같은 기사)이라는 구절이 눈에 자꾸 밟혔다. 깎새는 의아했던 것이다. 레클리스라는 말이 과연 용기와 희생, 전우애의 고귀함을 사람처럼 인식한 나머지 전쟁의 포화 속을 헤집고 다녔을까. 미국인 특유의 호들갑이 우상화로 이어진 것일 테지만 포탄이 빗발치는 '폭발 지옥'을 탄약을 싣고 무작정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레클리스의 목숨 건 수송, 그 고단함만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썩 편치가 않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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