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깎고 머리 감기 전 웃통을 훌러덩 까는 손님이 간혹 있다. 그런 추태에 항의하는 손님은 여지껏 없었지만 점방 주인장으로서 깎새는 보기가 영 민망하다. 식스 팩 몸매면 그나마 흘금거리는 재미라도 있지 나잇살이 배로 다 간 복부가 남우세만 살 뿐인데도 버젓이 드러내는 그 배포를 가상하다고 해야 하나 무모하다고 해야 하나. 고민 끝에 깎새는 가상의 여성을 등장시켜 푸념을 대신 전한다.
"웃통 벗은 거 보고 기겁을 합디다. 다음부터는 입은 채로 머리 감아 주면 고맙겠습니다."
조곤조곤하게 주의를 주면 대부분은 알아듣는데,
"옷이 다 젖는데 안 벗고 배겨? 다른 방법 있으면 알려줘 봐. 글고 여자가 여긴 왜 와?"
멀끔하게 생긴 게 염치만 먹고 살 품인데 말본새는 얄망궂기 짝이 없다. 제 옷 젖는 건 염려되고 남 이목은 아랑곳없다는 심보야말로 세상 제일 재수없다. 이왕 이리 된 거 깎새도 물러서기 싫어서,
"부부, 가족으로 몰려다니는 손님이 얼마나 많게요. 근데 막상 들어왔더니 안 본 눈 산다고 하면 누가 좋아라 하겠어요. 손님 떨어지는 소리가 퍽퍽 들리네 참."
자기가 이기적입네 떠들고 다니는 정신 나간 인간은 없다. 단, 자기도 모르는 사이 드러나는 행태가 이기적이면 십중팔구, 아니 백발백중 이기적인 인간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이기적인 면을 타고난다지만 그걸 가급적 안 드러내려고 무진 애를 쓰는 다수의 사회적 인간이 공동체를 떠받들고 있다고 본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자제력이 빈약한 이기적 인간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초등학생이 보는 도덕 교과서를 모두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나라에서 강제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