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인 최호섭이 부른 <세월이 가면>에서 클라이맥스 대목은 어디일까.
세월이 가면 /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 잊는다 해도
'해도'에서 절규하듯 쏟아내는 가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골수에 사무친 그리움은 세월이 흘렀어도 감당이 안 돼서 애타게 부르짖을 수밖에 없다. 그 안타까움을 아무런 꾸밈없이 목청에서 쭉 뽑아 올리는 건 흡사 피가 쭉 곧게 거꾸로 치솟는 절절함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이 대목에서 애드리브는 군더더기다. 아니, 곧 자멸이다.
헌데도 <세월이 가면>을 커버하는 요즘 가수들은 오리지널을 가벼이 여기는 성싶다. 시류가 과감하게 재해석하는 커버곡이 각광을 받기도 하는 반면 <세월이 가면>처럼 원곡에 고스란히 포개야 겨우 말석에 앉을까 말까한 곡도 없지 않다. 최근 KBS에서 새로 런칭한 듯한(그래봐야 아류투성이지만) <어디든가요>는 요새 유명짜한 가수들이 나와 버스킹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인가 보더라. 예고편을 보다가 그룹 레드벨벳 메인보컬이었던 웬디가 <세월이 가면>을 부르는 장면에 꽂혔다. 공교롭게도 딱 클라이맥스 대목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내 귀에 거슬려 언짢아졌다.
"쭉 뽑아야지 왜 꺾어!"
손님이 듣건 말건 불쑥 역정을 내버리고 만 깎새. 노래 부르는 가수나 그걸 듣고 있는 동료 가수와 청중은 감미로운 기교에 황홀했을지 몰라도 그것이 노래 자체를 망친 원흉이라 심기가 불편해진 깎새. 예술의 영역을 자평해 주장으로 삼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깎새는 커버곡에 대해서만큼은 완고한 편이다. 즉, '들을 만하네'라는 체면치레나마 차리자면 보다 엄중하게 원곡을 해석해야 하고 만약 그럴 깜냥이 못 된다면 불후의 명곡을 들고 무대에 올라서는 안 된다. <세월이 가면>이 그렇고, <비처럼 음악처럼>이 그러하며, <사랑했지만>이 또한 그러하다. 이리 까탈스러워서야 노래는 어떻게 듣누 퉁바리를 날릴지언정 제멋대로 정한 '커버가 불가능한 노래' 리스트를 감히 건드리는 커버곡에 대해서만큼은 눈은 물론이고 귀까지 쌍심지를 켜고 관용을 베풀지 않는 것이다. 이름하야 꼴통 근본주의자로 흑화된다.
말리지 마시라. '불후의 명곡'은 아무 데나 갖다붙이는 장식품이 아니다. 그 자체로 비교불가인 예술적 완성체다. 그걸 나름대로 재해석해보겠다고 작정했을 땐 그에 어울리는 역량을 갖춰야만 한다. 그저 당대의 유명세만 믿고 덤벼드는 건 무모하기 짝이 없는 미친 짓이다. '불후의 명곡'에 대한 의례가 필요하고 함부로 나대지 않음으로써 그 예를 갖추는 것이다. 커버를 해서 될 노래가 있고 해서는 안 될 명곡이 있다.
결론은, '불후의 명곡'은 커버하지 말라!
https://www.youtube.com/watch?v=lN_GJnQP03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