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 줄어드는 두루마리 휴지

by 김대일

뭔들 안 찌질하겠냐마는 두루마리 휴지가 팍팍 줄어드는 것에 유독 애를 태우는 깎새. 전생에 무슨 업보가 있었는지 두루마리 휴지 한 칸 한 칸 뜯겨 나가는 걸 보면서 가슴이 뜯기듯 아린다. 손님들 쓰라고 내놓는 일회용품인데도 열댓 칸이나 풀어서는 기껏 코나 풀어 아무렇게나 구겨 쓰레기통에 내던지는 짓거리에 적개심까지 이는 것이다.

수족같은 휴지니 아끼고 아껴 쓴다. 점방에 비치된 다른 물품도 그처럼 아끼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다시 말하건대 유독, 유독 두루마리 휴지에만 애면글면하는 것이다.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이유가 있긴 하다. 아낀다고 아낀다고 해도 휴지는 늘 모자란다. 머리 깎는 점방에서 휴지 쓸 일이 무에 있을까 의아해하겠지만 아무튼 한 달도 채 못 가 두루마리 한 롤이 동난다. 동네 슈퍼에서 파는 두루마리 휴지팩 가격이 만만찮아서 혹시 더 싼 게 없나 인터넷 망망대해를 떠돌지만 녹록지가 않다. 투철한 자린고비 정신으로 재무장한다지만 사람이 똥 안 싸고는 못 배기고 먹고 마시다 질질 흘리는 버릇이 단박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두루마리 휴지를 아끼자니 전면적인 인간 개조가 필요한 것이다.

결국 두 칸 쓸 거 한 칸만 쓰는 공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좀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한 장이 끼치는 휴지 구매 비용 이연 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휴지 한 칸 한 칸을 살붙이나 다름없이 다뤄야 한다.


​한 칸 한 칸

한 명 한 명

가족이랑 생이별한다


초등학교 6학년이 2020년에 쓴 동시가 그래서 절창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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