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사진

by 김대일

언제 어디서 찍혔는지 모른다. 그러니 누가 찍었는지도 당연히 모른다. 하지만 이 사진은 깎새 사진첩에서 금쪽같이 여기는 사진 중 하나다. 존재론적 회의감으로 낙망했던 과거지사를 한밤중에 갇혀 깊은 시름에 잠긴 사진 속 인물이 불러일으켜 깎새를 침잠시킨다. 하여 사진 속 인물은 자기 자신이고야 만다. 착각인 줄 알면서도. <어느 병사의 죽음> 사진으로 유명한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는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간 깎새는 이미 감정 이입이라는 쇠사슬을 스스로 칭칭 감아 버렸다.

깎새가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하여 기껏 내놓는다는 게 즉물적 품평이 전부이겠으나 나름 기준이라는 건 있다. 가공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인 이미지로 프레임에 격납된 피사체. 그것은 실체에 근접해 진실을 표방하려는 노력의 산물로써 의미를 지닌다. 조작과 왜곡이 판을 치고 실체와 허상을 분간하지 못하는 지경일지라도 본연한 본질은 절대 부정될 리 없다. 깎새가 밝히는 사진의 미덕은, 따라서 핍진성이다. 사진은 객관적이라는 꼬리를 달고 있다는 발터 벤야민의 표현처럼 말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피사체에 열광하면서도 대상 이면에 숨겨진 뭔가에 주목하려 한다. 사진 보는 재미는 암호를 해독하듯 사진이 함축한 진실을 탐구하려고 애를 쓰는 조바심이다. 보이는 것 너머를 보고자 하는 욕망, 어쩌면 그것은 다시 벤야민의 표현을 빌면 사진으로 혁명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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