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by 김대일

'시 읽는 일요일'이라는 제목을 달고 일요일엔 시를 게시한다. 그러자면 눈에 띄는 시를 매주 찾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그 작업이 200번 넘게 이어지다 보니 스쳤다 스윽 지나가는 시가 대부분이다. 헌데 개중에 손톱 밑에 콱 박힌 머리카락처럼 기억의 주름에 깊이 파여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시도 있다. <파문>이 그 중 하나다.

'파문'을 국어사전에 찾으면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파문破門'으로 문하나 종문에서 내쫓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파문波紋'으로 한자 그대로 읽으면 물결 모양 무늬이다. 두 번째 뜻은 그 외에도 여러 뜻을 지닌다. 물결 모양 무늬 말고도 수면에 이는 물결이라든지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오다'처럼 어떤 일이 다른 데 미치는 영향을 일컫기도 한다.

권혁웅이 지은 <파문>은 물론 두 번째 뜻에서 비롯한 시다. 빗방울이 처마 아래서 떨어져 동그랗게 퍼져나가는 물의 일렁임, 즉 파문이 생기는 순간을 포착해 '멈춘 그리움을 되살리는 방법'(김기택 시인)으로 승화시킨다. 잠든 그리움을 깨워 일렁이는 파문이 오래된 라디오 속 끓는 잡음 속 그 사람 목소리를 찾는 듯하다는 시구절은, 쉽지는 않겠으나 오랫동안 부재했던 그리움을 찾아 나서는 여정의 서막임을 알린다. 점차 둥글게 번져가는 파문처럼 말이다.



파문

권혁웅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좁은 집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세상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어느 집 처마 아래 서보라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

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춰 보라

그러면 당신은 오래된 라디오처럼 잡음이 많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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