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를 슬기롭게 나는 방법

by 김대일

일 년 중 억지로 느긋해지는 때를 꼽으라면 장마 시즌이다. 빗줄기가 하염없으면 손님 발길이 뚝 끊겨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진다. 빗줄기 강도에 따라 행인 숫자가 들쭉날쭉하는 동네 장사인 까닭에 여파는 의외로 막대하다. 당장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장마 시즌에 돌입할 모양인데 남은 6월 매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장마라서 운치가 있긴 하다. 빗줄기 하염없어 덩달아 불감당인 여가를 마냥 좋아라 할 수만은 없지만 텅 빈 점방에서 모처럼 자기만의 카이로스를 즐긴다는 점에서는 기대가 크다. 작년 12월 3일 이후로 언감생심이었던 독서 삼매경도 괜찮을 테고 그간 여투어 둔 글 느긋하게 정리하는 여유도 가져봄 직하다. 서울 사는 박가가 며칠 전 느닷없이 부산 내려와 해운대에서 함께 소주 한 잔 기울이며 깎새가 내걸었던 공약公約은 결코 공약空約이 아니다. 진정한 처녀작 같은 두 번째 책을 내겠다는.

장마 시즌만 애타게 기다린 건 아니었으되 막상 억지로 느긋해질 바에야 말 타면 경마 잡히는 심정으로 원고 다듬으면서 즐기는 거지 뭐. 물론 6월 마지막 날 저녁 장부 정리하면서 확 줄어든 매상 탓에 심하게 속앓이할 게 틀림없겠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뭐든지 점방 안에서 혼자 열심히 바쁜 척하면 되지. 그게 개업 이래 3년 만에 깎새가 터득한 장마를 슬기롭게 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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