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10)

by 김대일

모기

김형영




모기들은 날면서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온몸으로 소리를 친다

여름밤 내내

저기,

위험한 짐승들 사이에서



모기들은 끝없이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살기 위해 소리를 친다

어둠을 헤매며

더러는 맞아 죽고

더러는 피하면서



모기들은 죽으면서도 소리를 친다

죽음은 곧 사는 길인 듯이

모기들,

모기들,

모기들,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모기 소리로 소리를 친다

영원히 같은

모기 소리로


(바야흐로 모기 때문에 환장하는 계절이 도래했다. 모기와 한바탕 쟁투가 벌어질 텐데 가족 중에 유독 자기만 모기 때문에 난리법석인 게 깎새는 여름마다 속상하다.

왱왱 소리 귓가를 때리면 그 주범을 기어이 잡아 손바닥으로 짓이겨야지만 잠자리에 드는 깎새는 모기와 동거하는 이 계절 동안은 노이로제에 시달린다.

그런데, 입장을 모기로 바꾸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에서처럼 위험한 짐승들 사이에서 생존의 외줄타기를 하는 모기. 살기 위해서 죽자고 온몸으로 소리를 쳐야 하는 모순덩어리. 그 소리를 듣고 죽자고 때려 잡으려는 깎새 같은 위험한 짐승.

그러고 보면 모기를 모기로만 바라보지 않는 시 같아서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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