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새네에 신문 넣어 주는 아저씨와는 안면을 트고 지낸다. 전에는 새벽엔 신문 배달, 낮엔 약국 보조로 바지런을 떨던 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 아줌마였지만 한 4~5년 전부터 아저씨로 바뀌었다.
살짝 말을 더듬는 아저씨는 아주 가끔 배달이 늦거나(그래봐야 30분 안팎이지만) 신문지국 사정으로 당일 신문이 아예 배달이 안 될라치면 다음날 마치 천하의 역적이라도 된 양 몸 둘 바를 몰라 한다. 그러면 깎새쪽에서 오히려 더 송구해지기 일쑤다. 안면 트는 게 이리 무섭다. 아저씨를 잘 모를 때야 신문 제때 못 받아본다고 툴툴거렸지만 요즘엔 그럴 만해서 그러려니 넘어가곤 한다. 성마른 깎새치곤 제법인 셈이다.
어제 새벽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다.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몇 시에 일어나세요?"
"2시쯤요."
"그렇게나 일찍요?"
"새벽에 신문 돌리려면 어쩔 수 없지요."
"그럼 몇 시에 주무시는데요?"
"11시요."
"그렇게나 늦게요? 안 피곤하세요?"
"이골이 났으니까요. 근데 나이 좀 들었다고 요새는 좀 버겁네요."
깎새와 별 차이가 안 나는 액면인데 대단하다. 체력이 대단한 건지 깡이 대단한 건지 아니면 둘 다 일 수도. 괜히 급해지는 새벽 출근길이라 대화는 거기서 끝났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깎새로서는 더 늦게 자고 더 일찍 일어나는 신문 배달 아저씨보다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라 떨떠름했다.
- 지금보다 1시간 더 늦게 자든지 1시간 더 일찍 일어나 볼까? 그러면 이런 기분이 좀 가시려나?
- 아서라, 가뜩이나 천근만근이라고 엄살 피우는 놈이 잠 줄이려다 쓰러진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 법이야.
운전하는 찻간에서 혼자 짓까불다 피식 싱겁게 웃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