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잡이 직전까지 갔을지언정 손님을 두려워해 본 적 없던 깎새. 얼마 전 마수걸이도 안 한 이른 아침에 유령처럼 스윽 들어와 꼭 잘 아는 사이인 양 할 말이 있다며 깎새를 불러세워서는 횡설수설하던 남자와 직면한 뒤로 끝 간 데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만 깎새. 부탁이 있다지만 깎새와는 하등 관련이 없는 말로 에두르는데 제 사정을 귀담아듣지 않으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를 듯한 음험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정체불명인 남자는 의도대로 안 되는지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만지작거리는 시늉을 보이곤 자리를 떴다. 그 모든 게 돈을 요구하는 수작이라고 확신한 깎새는 난생처음 '칼만 안 든 강도'와 맞닥뜨린 성싶어 간담이 서늘했더랬다.
동네 주민은 얼굴이 익어 아는 사이라는 격을 두면 어지간해서는 서로 경계하지만 불량한 뜨내기가 엉뚱한 마각을 드러내면 속수무책이다. 개업 이래 유사시를 대비 안 한 건 아니되 불상사에 이르지 않아 설마설마할 뿐이었다. 헌데 미수이긴 하나 막상 현실로 닥치자 어마뜨거라 당황한 깎새가 단박에 강구한 방책이 cctv 설치였다. 그렇다고 만능이 아님을 깎새가 모르지 않는다. 변고가 일어나면 기껏해야 증빙 자료로 쓰이는 사후약방문 성격이 짙을 뿐 직면한 신체적 위협을 방어할 만한 수단은 못 된다는 점.
cctv로는 미덥지 못한 기미를 간파했는지 보안업체 영업직원은 일종의 방범벨 역할을 하는 옵션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여전히 불안해하는 깎새를 슬쩍 떠봤다. 지난번처럼 정체불명인 남자가 야료를 부린다고 치자. 감당이 불감당인 깎새가 주머니 속 방범벨을 누른다. 그러면 보안업체쪽에서 깎새한테 연락을 하고 제때 못 받으면 이상을 감지해 즉시 출동한다. 출동하면서 112로도 신고가 들어가서 공조가 이뤄진다는 게 보안업체 직원 설명이었다. 골든타임이 관건이겠지만 당면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는 그것만한 게 없다고 여긴 깎새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옵션까지 추가 주문했다.
적지 않은 고정비가 포개지겠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 상대로 장사하는데 사람 때문에 불안해지면 장사치 정체성이 흔들린다. 여차하면 장사 못 해먹는 수가 있다. 달리 트라우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