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뮤직

by 김대일

2020년대 들어 깎새가 가장 흥미롭게 시청한 KBS 프로그램은 <백투더뮤직>이다. 2020년 4월 방송을 시작해 3년여 간 이어졌던 이 프로그램은 전주KBS가 제작한 네트워크 특선이었음에도 아류 일색에 무미건조한 것들만 골라서 편성하는 본사 프로그램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 이유를 한 대중문화평론가가 조목조목 들었을 때 군말없이 동의한 깎새다.



1980~1990년대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를 초대해 그들의 활동과 삶에 관한 얘기를 듣는 것을 레퍼토리로 삼았다. 또한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에 대한 전말을 접할 수 있어서 흥미진진했다. 여기에다 평론가의 해설을 곁들여 교양의 기능까지 더했다. 출연 가수들은 평균 서너 곡을 부른다. 토크쇼, 인터뷰, 공연이 공존하는, 제법 화려한 다큐멘터리였다.(한동윤 대중문화평론가, <백투더뮤직>이 아쉬운 이유, 주간경향, 1489호에서)



'회상'을 부른 김성호 근황을 거기서 알았고 그의 라이브를 최초로 듣는 행운을 <백투더뮤직>이 선사했다. '샴푸의 요정'으로 대표되는 한국 시티팝 선구자인 장기호의 대표곡들을 새로운 편곡으로 접하기도 쉽지 않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귀호강 중에서도 유독 깎새 뇌리에 콱 박힌 인물이 있었으니.

'수능금지곡'이라는 시쳇말은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가 않아서 시험 공부를 해야 하는데 멜로디가 귓가에 맴맴 돌아 당최 집중을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노래를 일컫는다. 결은 좀 다르지만 깎새 귓가에도 걸핏하면 똑같은 목소리와 똑같은 선율이 무한재생되는 노래가 있다. 그렇다고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책을 거꾸로 볼 지경까지 몰아가는 원흉은 아니다. 어렸을 적 품었던 동심을 소환시켜 경직된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기분좋음을 선사하는 노래는 노래 가사처럼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 작은 꿈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부른 포크 밴드 <자전거 탄 풍경>이 출연자로 등장했던 적이 있었다. 밴드 구성원 3명의 이력이 차례로 소개될 때 깎새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뭔가가 퍼뜩 떠올랐다. 멤버 중 강인봉은 영화감독이자 드라마작가였던 부친, 성악과 출신 모친, 다재다능한 다섯 명의 형들, 누나와 더불어 그룹을 이뤄 일세를 풍미했던 유일무이한 대가족 그룹 <작은별 가족>의 일원이었던 걸. 악기 두어 개쯤은 예사로 다루고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안 하는 거 없고 못하는 거 없었던 <작은별 가족> 중에서도 특히 막내인 강인봉의 목소리를 동경했었다. 변성기가 들기 전이라 맑고 깨끗한 데다 지를 때는 또 시원하게 질러 대는 목소리는 당시 그보다 여섯 살이나 더 어렸던 깎새로선 따라하고 싶고 닮고 싶었던 목소리였다. 강인봉이 부른 '나의 작은 꿈'은 마이클 잭슨의 'in our small way'를 번안한 곡이다. 자연스레 마이클 잭슨과 비교가 안 될 수가 없는데 전혀 꿀릴 게 없다. 오히려 마이클 잭슨보다 더 청명한 음색은 원곡을 뛰어넘는 아우라를 획득했다고 편들 수 있다.

<자전거 탄 풍경>에서 강인봉은 변성기 전 어렸을 적 목소리와는 판이한 탁성으로 김형섭, 송봉주가 노래 중심을 잡을 때 서브 역할을 하는 데 그쳐 그 존재감이 미미해 아쉬웠다. 그의 연주가적 기질과 <자전거 탄 풍경>만이 이뤄내는 하모니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나 '나의 작은 꿈'에 매료되었던 팬으로서는 미성으로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던 어린 강인봉과 자꾸 겹쳐 만감이 교차했다.

유독 지나간 거, 오래된 거에 정신이 팔리곤 하는 깎새가 얼떨결에 '나의 작은 꿈'을 듣다가 한번 꽂히면 질릴 때까지 헤어날 줄 모르는 고질이 도져 듣고 또 듣고 계속 듣는 중이다. 덕분에 감수성 하나만큼은 억만장자 부러울 것 없이 한껏 부풀었던 유년시절을 회상할 수 있어 행복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K7o8fOMT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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