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머리와 옆머리를 적당하게 쳐야 그럴듯한 모양새가 나오는 두상임에도 윗머리만은 손 못대게 으름장부터 놓고 시작하는 손님.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무난하겠으나 나름 남자 헤어스타일을 선도하는 프로페셔널이라고 자부하는 깎새는 기어이 금단禁斷의 구역까지 진출해야 직성이 풀리겠다. 그냥 치고 들어가면 귀싸대기부터 찰지게 올라갈 염려로 제 딴에는 머리 쓴다고 멍석 까는 말이,
"고르게 깎으면서 멋을 내는 건 어떨까요?"
나는 좀 더 깎고 그 덕에 너는 멋이 더 나는 절충안을 제시하자 가시눈을 뜨되 귀는 쫑긋하는 손님. 반지빠른 깎새가 쐐기를 박는다.
"살짝 다듬으면 멋이 더 난답니다."
낙착을 보자 작업은 일사천리였다. 싫지 않은지 멋쩍게 웃고 퇴장하는 손님.
성공적인 제안은 일성이 중요했다. 손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말주변. 그 중심에는 '~면서'가 있다. 두 개의 사건을 한 문장에 담아 말하면 듣는 이 반응은 냉온탕을 오간다. 어디서 돼먹잖은 수작질이냐는 식으로 심기 불편하려다가도 곰곰 따져 들면 구미가 당긴다. 듣는 이가 꺼리는 사건부터 꺼내 들고 이를 감수하면 수지맞는다는 조건을 내민다. 그렇다고 '~면서' 화법을 융통성없이 전개할 필요는 없다. 듣는 이를 먼저 구슬린 다음 그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껄끄러운 걸 꺼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요령이 필요하겠다.
말이란 게 이리 무섭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니까. '~면서' 화법은 다음 칼럼을 통해 한 수 배웠다.
동시에 벌어진 일을 한 문장에 담아내는 장치가 '~면서'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한다. 공 차면서 껌을 씹는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면서 책을 읽는다. 노래를 부르면서 운전을 한다.' 앞뒤를 바꾸어도 뜻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하면서 음악 듣기, 껌 씹으면서 공 차기. 책 읽으면서 볼일 보기. 운전하면서 노래 부르기.'
가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때도 있다. 우스갯소리 하나. 중학생이 목사한테 당찬 질문 하나를 던졌다. "목사님, 기도하면서 담배 피워도 되나요?" 목사는 "어디서 그런 불경스러운 말을 하냐?"며 화를 냈다. 풀 죽어 있는 학생에게 친구가 넌지시 한 수 가르쳐 준다. "질문을 바꿔봐." 학생은 며칠 뒤 다시 묻는다. "목사님, 담배 피우면서 기도해도 되나요?" 목사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며 "물론이지. 기도는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거잖아."
한 문장 안에 두 개의 사건이 담기면 배치에 따라 선후 경중이 바뀌고 논리가 생긴다.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말글살이 '~면서'>, 김진해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한겨레신문, 2022.01.24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