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정보 전혀 없이 <갯마을 차차차>라는 드라마를 봤을 때 어디서 많이 봤음 직한 기시감으로 처음엔 얼떨떨했다. 설마 유명 방송국이 대놓고 표절했을 리 없고, 그렇다면 리메이크? 영화 한 편이 퍼뜩 떠올랐다. 그러자 나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하 <홍반장>) 영화와 드라마의 싱크로율을 나름대로 비교해댔다. 주인공들의 이름, 직업이 일단 똑같다. 꼼꼼히 본 건 아니지만 주연 남녀의 캐릭터도 대동소이했다. 배우만 바뀌었을 뿐 영화를 드라마로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했다. 다만 1시간 50분짜리 영화를 16부작 드라마로 늘려 놨으니 그만큼 영화에서는 배경으로 대충 구색만 갖췄을 주변 인물들(예를 들어 공진 주민들)이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될 테고 주 테마에서 갈라져 나온 곁가지 에피소드들이 장황하면서 흥미롭게 펼쳐질 게 뻔하다.
하지만 내가 이 드라마에 관심을 드러내는 까닭은 여자 주인공 윤혜진 역을 맡은 신민아가 매력적이어서가, 절대적이라고는 말 못해도, 아니다. 오래 전에 영화를 보면서(2004년 개봉) 들었던 궁금증이 드라마에서는 풀릴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영화의 대단원에서 홍반장(고故 김주혁 분)은 "이상하게 내가 사랑하기만 하면 모두 다 떠나 버리더라."라고 고백한다. 스토리 전개 상 홍반장이 윤혜진(엄정화 분)을 마음에 둔 게 뻔한대도 계속 일정한 거리를 두고 까칠하게 구는 궁극적인 이유를 궁금해하면서 이제나저제나 밝혀질까 영화를 보는 내내 기다렸다. 헌데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직전에 고작 고백 하나만으로 퉁 치고서 서둘러 마무리짓는 게 너무 뜬금없고 맥빠지는데다 개연성 확보에도 실패해 농락당한 느낌까지 들 지경이었다. 아쉬웠다. 내용 전개 상 혹은 시간 관계 상 불요불급하다고 여겨 고백만 남기고 통편집을 했는지 어땠는지 그 영화의 관계자 중에 아는 사람이 없어 알 길이 없지만 윤혜진에 대한 홍반장의 츤데레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랑만 하면 모두 다 떠나 버리는 공교로운 사달'이 무엇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데에 생각의 변함은 여전히 없다. 그러니 영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니까 내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지. 한 회 당 영화 한 편 러닝 타임에 육박하는 16부작 드라마라고 하니 영화 속 홍반장의 사연을 속속들이 밝혀지길 기대해 본다.
관전 포인트 하나 더. 고故 김주혁이 로맨틱 코미디 물에 어울리는가 따져 본다면 그렇다에 나는 한 표. 무심하면서 능글맞은 표정 연기는 극 중 캐릭터에 묘하게 이입돼 아이덴티티를 확보했다. 그보다 내가 더 높이 치는 건 그런 무심함으로 자기 내면의 쓸쓸한 토로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발현시킴으로써 어울릴 듯 안 어울리는데 달리 보니 안 어울릴 듯 제법 잘 어울리는 극단을 유유히 모호하게 넘나드는 연기의 묘를 보여 주었다는 데 있다. 더 이상 그의 그런 연기력을 볼 수 없다는 게 가슴 아프지만. 드라마의 홍반장으로 분한 김선호라는 배우가 펼치는 연기를 원조 홍반장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잔재미겠다.
대목 마지막 근무 날이자 월요일 땜빵 근무하는 날이다. 나흘 연속 여간 무리한 게 아니었는지 그제부터 몸이 삐걱댔다. 체력 문제라기보다는 일천한 경험 탓이다. 한 마디로 요령이 없다는 소리. 도대체 몇 번의 대목을 거쳐야 곡소리 안 내고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까. 퇴근하면 아무래도 몸져눕게 생겼다. 핑계 대기 싫지만 오늘은 만사가 귀찮다. 글 올리는 것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