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냥이 쫓으려다 호랑이

by 김대일

얼마 전에 개업한 감자탕점방이 일요일 영업을 마감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밖에 내놨던 모양이다. 그 점방과 계약한 수거업체가 일요일은 쉬는지도 모르고. 월요일 이른 출근하다가 기겁을 한 깎새. 음식물쓰레기 주변으로 까마귀 십수 마리가 몰려들어 아귀다툼을 벌였다. 서로 먼저 먹겠다고 시커먼 까마귀들이 깍깍거리면서 푸다닥푸다닥 날개를 치면 공포스럽기 짝이 없다.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감자탕점방 음식물쓰레기는 잔뼈가 대부분인데 그걸 입에 물고 떴다가 놓친 잔해가 도로 도처에 어지럽게 산재해 있었다. 까마귀가 날다 떨어뜨린 뼈다귀가 주차된 자동차 보닛이고 유리를 강타하는 걸 보고는 마치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나 보던, 상공에 뜬 폭격기에서 폭탄이 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투하되는 장면이 연상될 지경이었다. 이 꼴 저 꼴 웬만하면 참겠지만 그렇게 처먹고는 왜 깎새 자동차에 똥을 싸대는지, 꼭 싼 데 또 싸서 옆에 엽총이라도 있으면 한 놈씩 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부산 도심 어디를 막론하고 까치는 잘 안 보이고 까마귀떼만 득시글거린다. 깎새가 사는 동네도 까마귀 우는 소리가 까치, 참새 소리를 삼킨 지 오래다. 특히 깎새 점방이 위치한 동네는 유독 심하다. 길거리에 음식물쓰레기라도 널부러져 있을라치면 숫제 떼로 몰려 다니면서 그 일대를 점령해 버린다. 조류공포증이 심한 깎새 같은 위인은 거기를 무심하게 지나칠 용기가 없다. 둘러가면 모를까.

도심에 까마귀 개체가 갑자기 는 까닭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 흔하던 까치는 다 어데 가고 없고 까마귀만 남아 깎새 같은 겁보를 신새벽부터 공포에 떨게 만드는가. 알아 보니 유해조류 지정 유무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까치가 유해조류로 지정돼 개체 수가 준 틈을 타 미지정된 까마귀만 신났다. 거기에 까마귀란 놈이 감자탕점방 음식물쓰레기 사례처럼 다양한 먹이를 쉽게 구해 먹는 잡식성인지라 도심으로 그 영역이 확장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머리 수가 깡패라서 숫적으로 밀리는 까치와 영역 다툼에서 승리한 것도 새로운 빌런 등장의 결정적 요인이겠다. 한때 길조로 여겨졌지만 다 익은 과일을 쪼아 먹고 전선을 건드려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어 유해 조류로 전락해 버린 까치. 그 까치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자기한테 해코지한 건 그게 인간이든 뭐든 상관하지 않고 기억해뒀다 가차없이 보복을 일삼는 똑똑하면서 지독한 날건달 같은 까마귀가 지배해 버린 형국, 승냥이 쫓는다고 호랑이에게 문 열어 준 꼴이다. 이쯤 되면 까마귀도 유해 조류로 지정해야 하지 않을까.

아주 어릴 적 TV 프로그램 《주말의 명화》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이 연출한 <새>를 보다가 까무러칠 뻔했다. 여러 새가 등장했지만 그 중 등장인물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던 시커먼 동체, 까마귀의 귀기 서린 눈까리가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부터 조류공포증Ornithophobia이 시작됐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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