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테로토피아

by 김대일

그날은 그러고 싶었다. 환기시키려고 열어 둔 정문, 뒷문, 창문을 얼른 닫고 에어컨부터 켰다. 통상은 오전 7시 영업 시작해서 마수걸이 손님이 등장해야 생색내듯 켜는데 말이다. 새벽 댓바람부터 냉바람이 몸에 좋을 리 없지만 뜻밖의 삽상함을 만끽하고 만 깎새는 불현듯 점방이 작업실이라고 느껴본 적 있는지 자문하기에 이르렀다.

사회 저명인사나 셀럽들이 혼자 은밀하게 누릴 아지트를 장만해 헤테로토피아를 구축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그들은 거기를 작업장 혹은 작업실로 불렀다. 그들은 거기서 본연의 업과 관련된 일을 구가하거나(작가들) 전혀 상관없은 신변잡기로 온전히 혼자만의 행복을 만끽하는 데 몰두한다. 그러는 그들이 밝힌 바는 거의 신앙적 간증에 가깝다. 거기 있음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 행복하다는. 그러고 보면 본연의 업을 수행할 적에 둘러쓴 위선의 가면이 그들의 헤테로토피아에서는 불필요하다고 느껴서인지 그들은 천연덕스러웠고 오히려 인간적 진면목이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깎새는 제멋대로 우긴다.

밥벌이를 위한 전장터쯤으로만 치부한다면 점방은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점방 에어컨은 한여름 찜통 더위에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전기료라는 비싼 비용을 들인 영업적 수완이기는 하지만 집에서보다 안락하게 잡념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고 발상이 전환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점방을 헤테로토피아로! 지겨운 밥벌이의 현장이기보다는 '지금-여기'에 짱박혀 충만해지는 행복한 공간으로의 진화.

예열된 에어컨이 한창 찬바람을 내뿜을 무렵인 아침 7시, 점방문을 열자마자 한 손님이 들어왔다. 낯선 손님이었지만 원하는 대로 깎아줬더니 뒷공론이 상쾌했다.

"잘 깎았군. 무척 마음에 듭니다!"

에어컨 찬바람 덕일까 헤테로토피아로 들떠 나댄 신바람 덕일까.

작가의 이전글시 읽는 일요일(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