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감동

by 김대일

글이 그 글을 쓰는 사람을 전적으로 드러낸다고 맹신하는 깎새는 제 글이 공허한 잡념 나부랭이로 점철된 허섭스레기가 될까 봐 전전긍긍해한다. 관념적이라는 말이 공허하다와 이음동의어로 단정해 버린 뒤로는 행여 작성 중인 글이 의도와는 달리 망상의 나래를 펼칠라치면 경기라도 들린 듯 키보드가 부서져라 삭제 키를 두드려 댄다. 이는 아마도 잠자는 시간과 저녁 식사 후 헬스장 가서 운동하는 한두 시간을 뺀 나머지를 점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밥벌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노상 직면하다 보니 몸을 통한 체화의 과정으로써 글을 끼적이거나 받아들이는 습성에 젖어들었기 때문일 게다.

하여 깎새가 또 책 발간에 손을 댄다면 텍스트를 구성하는 세부 목록을 구상함에 있어 뿌연 안개 속을 정처없이 거니는 듯한 추상적 언사를 지양함은 말할 것도 없다. 구체적 경험에서 추출된 실재적인 의미랄지 가치에 방점을 두는 글은 (찾아 읽을 이가 있긴 하다면)우선 지루하지 않게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유인책으로는 그만이다. 재미와 감동은 하도 많이 써서 별 감흥이 없게 된 표현이긴 하지만 기실 대단히 중요한 고갱이다. 재미진 읽을거리 속에 읽을 만한 가치까지 담겨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시킨다면 책을 내는 목적성은 이미 달성한 셈이니까.

그제 문학평론가이자 국어교사인 과 동기 녀석이 전자책을 발간하는 프로세스를 톡으로 보내면서 왜 책을 내야 하는지에 관한 소회도 함께 밝혔다. 그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깎새가 지금 머릿속에 염두에 둔 바를 정확히 간파한 성싶어 살짝 무섭다. 역시 문학평론가를 공으로 딴 게 아니었다.



친구: 돈 벌 능력이 없다면 책이라도 남기자. 책은 어차피 안 팔리는 것이라...안 팔린다고 머라 할 사람도 없다. 책을 내는 게 중요할 뿐.

깎새: 맞는 말이긴 한데, 어째 좀 서글프네.

친구: 팔릴라면 깎새의 일상을 유쾌하게 써봐라. 이발소와 미용실에 안 가는 사람 없다. 그 세계의 미시적 일상을 인간적으로 유쾌하게 그려낸다면 대박일지도. 사람들의 희한한 사연...있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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