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와 천화동인

by 김대일

일요일 한 손님이 의자에 앉자마자 씩씩거리면서 말문을 텄다. "근속년수 6년도 안 되는 300만 원짜리 월급쟁이가 퇴직금으로 50억이라니." 그 남자 머리를 깎던 커트점 원장 웬 호들갑이냐는 듯이 시큰둥하게 맞받아쳤다. "지 아부지 회사면 아들래미한테 얼마를 주건 무슨 상관이람." 화천대유라는 회사는 알아도 한 국회의원 아들이 그 회사 직원이었다가 퇴직할 때 입이 떠억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퇴직금을 받은 속보는 미처 듣지 못했던 모양이다 우리 원장. 비분강개하는 손님을 의아해하며 또 어느 재벌가 아들내미가 돈 때문에 말썽인가 싶었겠지. 대기업이 살아야 그 밑에서 꼼지락거리는 중소기업, 자영업자가 산다는 철저한 낙수효과주의자인 입장에서 지 아부지 돈이 아들한테 옮겨 간 데 불과한 재벌 집안 내 사정에 분개할 건 무언가 싶었겠지. 정권 교체만이 위기에 빠진 작금의 대한민국을 구할 유일한 길이라서 빨강 당의 누가 대통령 후보로 나오건 그를 찍겠다고 침 튀기며 광분하는 원장이 퇴직금 50억의 당사자가 그 당 국회의원 아들인 걸 안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다시 그 손님으로 돌아가서, 원장하고 말이 안 통하니 나한테라도 기대어서 마저 분을 풀어야겠다 마음먹었는지 "선생님은 들어서 알고 계시죠?" 운을 띄우더니 자기의 분기탱천에 동의를 구한다.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댔어요. 대통령 아들이라 몇천만 원 지원금 몰아준다고 씹어대더니 지 아들 50억 퇴직금은 아들이 받았으니 자기는 모르겠다, 회사가 주니까 받는 거 아니냐고? 말이 되는 소립니까?" (여기서 잠깐! 나는 그 사람의 하나같이 옳은 말을 객관적으로 옮겼을 뿐이다. 빨강 당, 파랑 당 둘 다 내 취향은 아니다. 굳이 밝히자면 노랑에서 초록으로 바꿀 참이다.)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주역 중에서도 공자가 가장 좋아한 괘이고 그 본뜻은 '전지전능의 능력을 발휘한다'로 해석할 수 있단다. 화천대유를 뒤집으면 천화동인天火同人 괘이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더불어 함께 행복하자'라나. (국제신문 <도청도설>, 2021.09.27.) 그 거룩한 뜻은 다 어디 가고 없고 더러운 탐욕 때문에 세상이 발칵 뒤집어졌다. 돈에 눈 먼 악취만 진동하는 정치 모리배들을 싹 다 척결해야겠지만 어째 그 놈이 그 놈이라 시작도 하기 전에 도로 아미타불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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